아름다운 세상(펌)/고운시(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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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날 / 장병우
가벼운 날 / 장병우 깃발 내려오듯 산이 가만 물드는 날 말간 햇살이 꽃집 처마 비추고 있다 들란엔 한줄기 연기 흔들림을 멈추고 등성이 골짜기마다 잔 붓질도 끝이 났다 윤구월바람 끝에 수의 한벌 내 걸리고 구름이 지나는 길을 따라나선 상여 한 채
2019.12.04 -
봄 시내 / 이원수
봄 시내 / 이원수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 모래 발을 간질이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 보다.
2019.12.04 -
떠나는 가을 / 海松 김달수
떠나는 가을 海松 김달수 님이 밟고 가신 낙엽은 바람이었습니다 쏟아지는 햇빛 부끄러운 듯 얼굴 붉혀도 흰 구름마저 목이 마른 듯 창백해져도 님이 밟고 가신 낙엽은 바람이었습니다 님은 지나는 나그네 나는 잡을 수 없는 님을 보낼 수 없어 오늘도 나무 밑에 들어 그늘로 목을 축이겠..
2019.11.14 -
거웃 / 고영민
거웃 / 고영민 산 밑 언저리가 검게 그을려 있다 밭둑에 잠시 풀어놓은 불이 산으로 도망치려 했던 흔적이다 밭주인은 생솔가지를 꺾어 불을 얼마나 두들겨 팼을까 벌떡이던 심장, 꼬리 끝까지 참 말끔하게도 죽였다 누가 목줄을 당기던 바람을 보았다 했나 타다 만 발자국이 아직 마른 숲..
2018.01.31 -
3월 1일의 하늘 / 박두진
3월 1일의 하늘 박두진 시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三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2017.12.11 -
[스크랩] 자살자(自殺者)를 위하여 / 마광수
자살자(自殺者)를 위하여 마광수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
201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