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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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Danuri)호
다누리(Danuri)호 麗尾박인태 야호 우리도 달에 간다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 신령한 행성 미국인이 먼저 갔다 달과 환경이 닮은 사막에서 우주여행 연습을 하고 있을 때 한 늙은 인디언이 다가와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달에 가려고 훈련 중입니다 그럼 부탁하나 합시다 달에는 우리 부족과 소통하는 정령이 살고 있는데 내말 좀 전해 주오 귓속말로 여러 번 속삭여 알려줬다 우주인은 간신히 부족의 언어를 외웠다 달에 도착한 우주인은 달의 정령을 만나지 못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디언이 알려준 주문 같은 말을 큰 소리로 외치고 돌아왔다. 달에 보낸 탐사선 다누리호가 그 음성을 보내왔다 달의 정령에게 보낸 언어를 해독해 보니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 마디도 믿지 마세요. 이 들은..
2022.08.18 -
고스트 마마
고스트 마마 麗尾박인태 햇빛 가림 막이 짙고 방음이 잘된 고급 유리창 건너 어린이집에는 보고프던 손녀가 웃는 모습으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가, 여기……. 할머니 좀 봐다오 할머니는 너를 보며 손짓하는데 손녀는 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울컥 울음이 터졌다. 유리창 사이로 바라만 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할머니는 유령이다 그래 내 어머니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실 것이다 부모님의 산소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았다. 어머님, 아들 손자 한명 더 바라면 너무 큰 욕심인가요? 며칠 후 아들 내외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아들이랍니다. 우리 부모님은 내 입술의 움직임을 보셨나보다. 눈물이 또 터졌다.
2022.05.25 -
고향의 봄 / 박인태
고향의 봄 / 박인태 겨울잠 늦게 깬 놀란 개구리처럼 창문을 확 재끼니 중천에 백비가 눈부시다 하얀 고향의 봄이 그리워서 어머니 안 계신 빈집에 달아놓은 원거리 비디오카메라로 들여다본다 산 벚꽃이 너울대는 사이로 땅에 붙어있는 집들이 보인다 아랫집 90도 허리 굽은 노인이 평상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젊은이는 아무도 살지 않는 섬마을 외딴 마을 대여섯 채 옛집 타관 객지에 사는 맏자식을 기다릴까 15년 전 먼저 가신 영감님을 그리실까 내 어머니도 저렇게 앉아서 하늘을 처다 보고 계셨을 테지 설음 잊자고 땅을 일굴 힘도 없고 하염없이 자꾸 떨어지는 벚꽃 잎을 성긴 대빗자루로 쓸다 지치셨겟구나 이참에 내려가면 어머니께 못해드린 돼지국밥 끓여 밥 한술 나눠먹고 돌아와야겠다 문설..
2021.11.19 -
여미박인태행정사사무소를 홍보합니다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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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동백
무늬 동백 / 麗尾박인태 동백섬에 겨울바람이 눈을 데려오면 하얀 도화지에 동백꽃이 피어난다. 하도 꽃이 많고 모두 고와서 그냥 좋다 그랬는데 생황 취구에 미세한 호흡이 지나며 떨림혀가 소리를 낼 때 놀란 것처럼 그렇게 많은 동백 중에 잎 노란 무늬가 그어진 연분홍 홀꽃이 까꿍 고개를 내밀 때. 놀랐다. 동백섬의 겨울 꽃은 떨어져도 시들지 않는다 하니 꽃 중에 잎 노란 연분홍 동백 소식이 오면 오래도록 지지 마시라 기다려주오 달려가리라. 그 섬이 좋아진 나. ※ 주) 무늬 동백(금엽천우학) 금엽 : 생황(笙簧)의 떨림 쇠(reed)
2021.03.04 -
숭어뜀
숭어뜀 麗尾박인태 물 밖 세상이 궁금하던 차 큰 물고기가 쫒아온다 몸에 붙은 기생충도 귀찮고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어렵다 친구들과 부산하게 놀다 실수로 하늘을 나는 잠자리가 먹고 싶네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은 차거나 더운 수온 때문이지 거 봐 바닷물이 오염됐다니까 그런 이유로 숭어가 뛰어 오른다 그러다가 낚싯줄도 던지지 않은 어선으로 스스로 올라왔다 어부가 말했다 에이 자존심 상해 그리고 바다로 던져버렸다
202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