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 박인태
2021. 11. 19. 16:27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고향의 봄 / 박인태
겨울잠 늦게 깬 놀란 개구리처럼
창문을 확 재끼니
중천에 백비가 눈부시다
하얀 고향의 봄이 그리워서
어머니 안 계신 빈집에 달아놓은
원거리 비디오카메라로 들여다본다
산 벚꽃이 너울대는 사이로
땅에 붙어있는 집들이 보인다
아랫집 90도 허리 굽은 노인이
평상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젊은이는 아무도 살지 않는
섬마을 외딴 마을 대여섯 채 옛집
타관 객지에 사는 맏자식을 기다릴까
15년 전 먼저 가신 영감님을 그리실까
내 어머니도 저렇게 앉아서
하늘을 처다 보고 계셨을 테지
설음 잊자고 땅을 일굴 힘도 없고
하염없이 자꾸 떨어지는 벚꽃 잎을
성긴 대빗자루로 쓸다 지치셨겟구나
이참에 내려가면
어머니께 못해드린 돼지국밥 끓여
밥 한술 나눠먹고 돌아와야겠다
문설주 잡고 빙빙 도는 하루
문지방으로 기어드는 지네 한 마리
파리채로 탁 치려다 생각하니
요놈이 날 찾아오는 유일한 것
우리 영감님 현신(現身) 인가
살며시 채에 붙여서 뒤란 수풀에 놓아주고
훠이
잘 가시오. 나도 금방 따라 갈 테니
뒤 돌아보지 말고 어여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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