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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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신을 이긴 처용의 후예 (코로나 19 와 싸우는 의료인께 바침)
역신을 이긴 처용의 후예 (코로나 19 와 싸우는 의료인께 바침) 麗尾박인태 세상이 내 마음을 아무리 유혹해도 돌아갈 곳은 내 집 뿐이다 본디 내 것이라 여기는 존재가 있는 그 곳에 행복을 시샘하는 역신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코로나 19 세상은 구름과 안개로 혼미하게 되었다 내 곁에 있..
2020.03.30 -
종이인간
종이인간 麗尾박인태 방바닥에서 일어서며 “아 야 야”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단어 얼마 전 돌아가신 울 엄니의 귀에 익은 그 신음 “아 야 야” 어디가 그리 아파 매번 그러실까 속도 모르고 핀잔했던 이 자식 아내가 힐끗 돌아보며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종이 인간” 스페인 동시..
2020.02.04 -
소라게
소라게 麗尾박인태 오늘 안주는 소라게의 집게발이다 왼쪽일까 오른쪽발일까? 소라게는 집게발을 우리에게 떼어주고 그 뒤로 살았을까 죽었을까 취중 뒷담화로 톡톡 깨트려 발라먹는 게살 맛 오가는 술잔으로 얼큰해지면 그 게가 말이야 껍질을 벗고 이사를 자주 한다는 거여 뭐라고? ..
2019.09.11 -
짱구는 행복하다
짱구는 행복하다 麗尾박인태 초등학교 친구 앞 통수 뒤통수가 불뚝 나온 짱구머리 머리통이 커서 공부도 잘하고 박치기도 잘했지 짱구라고 부르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씩씩거렸지 “짱구는 못 말려” 영화를 보다가 생각나던 짱구머리야 어디사니 엄마 팔베개 베고 옆으로 누어 젖 많..
2019.08.21 -
그 집 앞
그 집 앞 麗尾박인태 그 집은 낮엔 닫힌 무의미의 공간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소용이 없다 달팽이가 빠져나간 빈 껍질이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반대로 불이 켜지고 의미 없던 글자가 살아 손짓하자 명 시인의 “그 집 앞”이 된다. 낯선 길목을 부려 찾아가 발을 멈추려 하는 모방 행위는 ..
2019.04.12 -
어느 인디언 소녀의 소원과 나
어느 인디언 소녀의 소원과 나 麗尾박인태 옛날 옛적 아즈텍 나라 어느 인디언 소녀가 태양을 바라보며 간절히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기도하다 죽었다. 너무 박색이다. 기도를 듣고 있던 태양신이 중얼거리며 인디언 소녀가 묻힌 땅에 빛을 내렸다. 반짝이는 잎과 튼..
2019.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