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인간
2020. 2. 4. 15:22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종이인간
麗尾박인태
방바닥에서 일어서며
“아 야 야”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단어
얼마 전 돌아가신 울 엄니의
귀에 익은 그 신음
“아 야 야”
어디가 그리 아파 매번 그러실까
속도 모르고 핀잔했던 이 자식
아내가 힐끗 돌아보며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종이 인간”
스페인 동시작가
페르난도 알폰소를 알고 있는 아내가
새삼 존경스럽다
종이 인간
온갖 색의 즐거움을 비처럼 촉촉이 뿌려
온 세상을 아름답게 적셔 주었다는
그건 아니고
바스락 종이 구겨지는 소리가 나는
진짜 종이인간 이란다.
“아 야 야”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 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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