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신을 이긴 처용의 후예 (코로나 19 와 싸우는 의료인께 바침)
2020. 3. 30. 11:37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역신을 이긴 처용의 후예
(코로나 19 와 싸우는 의료인께 바침)
麗尾박인태
세상이 내 마음을 아무리 유혹해도
돌아갈 곳은 내 집 뿐이다
본디 내 것이라 여기는 존재가 있는 그 곳에
행복을 시샘하는 역신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코로나 19
세상은 구름과 안개로 혼미하게 되었다
내 곁에 있는 것을 하나 둘 빼앗기 시작했다
지키려 아우성치던 고통의 순간에
푸른 듯 하얀 비늘 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큰 투구를 쓴 동해 용왕의 아들이 나타났다.
아내를 앗아간 역신을 굴복시키기 위해
자신의 얼굴이 자연스런 곰보가 되는 것도
처용은 개의치 않았다.
두려움을 이긴 처용이 우리 곁에 있다
그를 본받아 나만을 위한 이기에서 벗어나
함께 그 숭고한 뜻에 동참하여
역신이 벌벌 떠는 처용의 형상 마스크를
내 숨이 오가는 입구에 반드시 걸어두자
나를 위함이 곧 너를 위함과 다르지 않으니
구름과 안개가 걷히는 그날이 오면
마음껏 코로나 숨 좀 쉬면서
처용과 함께
서블 밝은 달 아래 밤들이 노닐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