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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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회절강(回節江)
회절강(回節江) 麗尾박인태 이 못된 환향(還鄕)놈아 방탕으로 제 몸도 다스리지 못하더니 어찌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구했으리. 네놈은 삼전도의 더러운 치욕도 부족하다. 눈물 몇 방울로 목숨을 구걸한 것이 아니더냐. 네놈들이 건진 하찮은 목숨 때문에 곱디고운 누이와 뭇 여인이 오랑..
2018.02.23 -
거울아 거울아
거울아 거울아 麗尾박인태 흑단목 창틀에 흰 눈 소복이 쌓이던 겨울 날 심심한 왕비의 서툰 바느질 덕분에 까만 머릿결 눈 같은 피부, 피처럼 붉은 입술의 공주가 태어났지 얼마 후 바늘에 찔린 어미는 놀란 꽃처럼 떨어졌다 새로 맞은 계모 왕비는 이 아이가 늘 못마땅했지 궁전은 손거울..
2018.01.19 -
[스크랩] 월간문학 통권587호(2018-01호)
폭설 오는 밤의 환상 麗尾박인태 까만 스크린 위에서 보송한 무수의 오리 가슴 털 송이가 산란하는 영사기의 빛처럼 가슴 설레며 외우던 명시처럼 내려온다. 창을 열고 특정하지 못하는 따뜻한 그의 손을 와락 잡는다. 이런 날 둘은 완전한 벌거숭이 되어 눈 내리는 까만 밤 풍경과 하나..
2018.01.10 -
[스크랩] 아버지의 미소 / 麗尾박인태
아버지의 미소 / 麗尾박인태 아버지는 잘 웃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에게 그랬는지는 몰라도 내 앞에서는 늘 근엄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웃지 않으시는 줄 알았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낚시를 제일 못하는 부족한 놈이라 그러시는 줄 알았다. 이십년도 더 오래전 당신의 비밀스런 바닷가..
2017.11.06 -
성추행범이 되다
성추행범이 되다 麗尾박인태 지인의 댁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주인이 좀 늦는다는 기별에 마당을 서성이는데 마당에 서 있는 우아한 자태의 그녀를 발견했다 보일 듯 말 듯 미소와 손님에 대한 호기심인지 고개를 가우뚱하며 혀를 내밀어 입술에 살짝 침을 바르는 모습에 나에 대한 호감..
2017.07.26 -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hwp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 麗尾 박인태 우라질 나라 없던 시절 일본에서 태어났다 차별받으며 다들 그렇게 살았지만 부지런한 부모님은 늘 가난했다. 안동으로 돌아와서도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굶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이 가지면 가난한..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