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란 무엇인가? 이상진

2019. 11. 5. 11:21살다보니 이런일이/시(詩)를 위하여

()란 무엇인가?

 이상진

  

   선생님란 무엇입니까?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인문학 강의 사서(四書) 에서 찾는 교육을 마치고 책걸이를 할 때 받은 질문입니다.

나는 문학작가도 아니고 더구나 시인도 아니지만 질문하신 분에게 예를 다하는 마음으로 답을 합니다. 더 깊은 답은 문학강의 담당 선생님께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란 무엇인가?

  마음 속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면 쉽지만 너무 간단해서 답이 아닌 것으로 느껴질 것 같아서, 내 대답이 성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의 정의에 대하여 문학계에서 인정되는 몇 분의 말씀을 소개하려합니다.

 

1.  를 말한 것이다.

   ()에 대한 정의(正意)를 지()라고 하신 분은 전설 속의 황제 순(임금입니다우리가 태평성대의 이상으로 말하는 요순(堯舜시대를 다스린 황제입니다이 순(임금이 세계 문학역사상 최초로 시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셨습니다.

   (임금이 내린  를 말한 것이다 라는 뜻은 시의 실상(實像)을 통찰한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 순임금의 시에 대한 정의를 한일 문인치고 인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2. 공자의 정의(詩經 書痙에서)

  시경(詩經) 모시서(毛詩序)에는 “시란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마음속에 있으면 뜻이라고 하고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 라고 했으며 서경(書經)에서는  “마음이 바라는 바를 말로 표현한 것이며노래는 가락에 맞추어 말하는 것이다” 라고 정의했습니다.

 

3. 란 대상(對象)과 시인의 교감(交感)에서 얻어진 性情()을 언어(言語)로 표현한 것

   시에 대하여 이와 같은 정의를 내린 사람은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 양()나라 사람 종영(鍾嶸)입니다.

   종영의 시에 대한 해석은 순(임금의 정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그가 정의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는 기()가 사물(事物)을 움직이고 사물이 사람을 감동(感動)시키기 때문에 성정(性情)이 흔들리고 들끓어 춤과 읊조림으로 형상화 된다 입니다.

   종영은 한 대(漢代이후의       삼 등급(三等級)으로 분류하여 시품(詩品)이란 시평서(詩評書)를 남겼는데 그 시평서에서 시는 시인의 눈앞에 보이는 만물 즉 대상에 관한 문제이며사물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라고 하는 것은 대상과 시인의 교감을 뜻합니다.성정이 흔들리고 들끓는다는 것은 대상과 시인의 자아가 교감함으로써 심상(心象즉 지()가 이루어짐을 뜻하는 것입니다춤과 읊조림으로 형상화 한다는 것은 그 마음속에 이루어진 심상(心象=)을 동작이나 언어로 표현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종영(鍾嶸)이 정의한 이 말은 의 개념을 완전무결하게 정의한 명언(名言)으로써 위로는 의 시론(詩論)을 보완한 동시에 아래로는       淸代를 거치면서 구체화된 정경교융론(情景交融論)이 되고 있습니다현대에 와서도 시의 정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종영의 견해에서부터 출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주희(朱熹)의 정의

   남송의 성리학자((性理學者) 주희는 는 어떻게 해서 지어지는가?((詩何爲而作也 시하위이작야)에서  詩人이 마음으로 사물(事物)을 감각(感覺)하여 언어로 형상화(形象化)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사람이 태어날 때 고요함()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인데 그 성()이 물()에 감동되는 것은 에서 일어난 (때문이다에서 ()이 일어나게 되면 생각()이 없을 수 없고생각이 있은 뒤에 말()이 있게 된다[]이 있은 뒤에 말[]으로 다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한숨과 탄식으로 나타내게 되는데거기에는 반드시 자연스러운 음향(音響)과 절주(節奏)가 생겨나 능히 억제할 수 없음이 있게 된다이것이 가 지어지는 까닭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주희는 어렵게 표현을 하였지만 결국은 종영의 견해와 같은 뜻입니다.

 

5.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정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詩學)에서 말하기를 시는 율어(律語)에 의한 모방(模倣)이다 여기서 모방은 단순한 흉내 내기가 아니라 깨달음을 말합니다.  비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 예술이다그 중에서 시는 리듬이 있는 말이며짧게 언어를 함축시켜 비유로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다

 

6. 포세이도니오스(Poseidonios)의 견해

    1세기의 스토아 철학자로 로마에 학교를 개설한 포세이도니오스(Poseidonios) “시는 운율적 형식 안에 진지하고 중요한 말을 앉히는 기술이다” 라는 공식을 말하였고 이 시의 공식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장 샤플랭(Jean Chapelain : 프랑스의 시인평론가(1595~1674)의 견해

   뛰어난 주제우의적 감각유용한 행위 그리고 사물이 존재해야 하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8. 사전(辭典)적 의미에서 란 무엇인가?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일상생활이나사회에서 느낀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흥사상 등을 음률 적으로 표현한 글

 

9. 문자적 의미

   ()의 문자적 의미는 해자(解字)로 풀어 보면 <말씀 언() + 헤아릴 토() + 법도 촌()>로 풀이다 된다여기서 토() ‘흙 토라 읽지 않고 ‘헤아릴 토로 읽어야 합니다그리고 촌() ‘마디 촌이 아니라 ‘법도 촌입니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말을 헤아린다일정한 움률에 따라 마음을 헤아려 노래한다 라는 뜻입이다( ) 임금의 정의와 괘를 같이하고 있습니다사물에 대한 마음이 글로 표현되는 것이 시이기 때문입니다.

 

10. 영화로 표현된

란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소설가이자 연출가인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로 주제가 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60대 여주인공 미자의 시 쓰기와 성폭행 사건으로 손자의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무감각해진 죄의식의 부재를 고발하지만 그 이면엔 아름다운 것, 잊혀지는 기억의 의미를 더듬으며 '시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는 영화입니다 .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를 영화로 분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시는 한마디로 정의하기에 부적절한 오묘하면서도 철학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켜잡는 존재란 생각을 합니다

 

10. 당부의 말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고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나 시 짓기를 가벼운 유희로 여기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시는 시를 쓰는 사람의 내면의 고뇌가 함축되어 나타나는 언어입니다가벼운 말 짓기 놀이가 아닙니다한 영혼이 열리지 않는 진실의 문에 온 몸으로 부딪히는 몸부림이 아니라면삶의 고뇌가 만드는 언어가 아니라면온 몸의 수분을 말려가며 써내려가는 자기 영혼의 고백이 아니라면시간의 강에 바래진 하얀 천 같은 자서전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면 시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화장(化粧)을 하듯 시어(詩語)를 꾸미려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어렵게 현학적(衒學的)인 언어로 시를 지으려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인은 섬세하고 날카로운 언어감각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언어와의 사랑놀이를 하는 낭만적이고 철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시는 연의 실타래를 풀 듯한과 기쁨과 눈물의 실타래를 풀어내듯 쉽게 써내려 가기를 바랍니다.

 

  간단하게 답을 하면성의 없는 답이라 하고조금 사유(思惟)적으로 표현을 하면 어렵다고 합니다오늘 소개한 분들의 정의는 시문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모두 잘 아시는 내용이라 읽을 가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질문을 하신 분께는 참고적인 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전문가의, 시인이 아닌 사람의 답이라 정확한 답변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시란 무엇인가?시는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문학 강의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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