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에 서다 (결혼축시)

2014. 9. 11. 19:00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오작교에 서다 (결혼축시)

                     

                              麗尾박인태

 

구월이여 너의 결실은

달고 아름다워 축복의 꿀이 넘치는구나.

하늘의 달도 밝아 고운 칠석날 같다

꿈에 그리던 오작교에 두 연인이 서 있구나.

견우야 직녀야 이 날을 위해

네 아비는 까마귀로 살았고

어미는 까치로 살다 정수리가 벗겨졌다.

몸이 부서지도록 서로를 잇대면서

반평생 오작교를 세웠노라.

흐르는 물이 달빛에 수정처럼 빛나고

그 속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 곱기도 하다.

이 기쁜 축복의 날이 영원하기를

행복이 넘쳐도 눈물이 흐름은 웬 까닭인고.

다리 아래로 세월의 강물이 흐르리라

잔잔한 물결이 때론 파고를 일으킬 것이고

둘의 그림자도 따라서 흔들릴 것이다.

사랑도 강물처럼 흐르리니

반드시 고요할 때 다시 비춰 보라.

서로 하나 되기를 얼마나 열망했으며

네 심장의 기운이 머문 왼손 약지에

가락지를 끼워 주며 존대의 맞절을 하였는지

그 행복하던 처음 순간을 늘 기억하자.

부모는 점점 쇠잔하여 너희를 위한

오작교는 다시 만들지 못하리니

이제 그대들의 집을 만들고  

네 부모처럼 새로운 까막까치가 되어라.

가을의 화려함은 겨울을 위한 준비란다

달콤한 술에 너무 취하면 깨어나 후회하니

겨울을 이기려면 서로 동등히 존경하라.

이 대지위에 잉태하고 번영하여

잘 경영한 그대들의 행복한 터를 바라보며

우리도 따라 크게 웃으리라.

 

2014년 혼인하는 선남 선녀를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