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리지(連理枝)

2014. 8. 21. 16:21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사랑의 연리지(連理枝) / 麗尾박인태

 

너무 연약해 기대지 않고 살아가기 어렵다는

벙어리 나무 두 그루가 20년을 힘겹게 자랐다

거친 겨울바람은 여전히 무서웠고

자기들 밖에 모르는 대나무 숲

혼자 잘난 소나무도 연약한 나무를 무시했다.

 

고통의 날들이 흐른 어느 날

두 나무가 만나 배를 맞대는 연리지가 되었다.

둘이 합하여 하나가 되자 숲이 두렵지 않았다

항상 마주 바라보며

오른손 바닥을 아래를 향하게 하고

시계바늘처럼 빙글 빙글 돌리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아무도 연리지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할 때

두 나무 밑동 아래에 햇빛을 가리는 가지를

가지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들의 대화는

늘 꼭대기 가지로 서로 어루만지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

연리지 아래에 어린 나무가 무성히 자라났다.

당신과 만난 것은 기적 이예요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펴 올리며

왼손으로 살짝 감싸며 활짝 웃었다.

 

겨울 눈 바람이 아무리 거칠고

키 큰 나무들이 조잘 조잘 흉을 볼 때도

벙어리 연리지는 화가 나지 않은 듯 웃으며

둘만의 비밀스런 언어로

왼쪽 첫 번째 가지를 세우고

오른 큰 가지를 펴 왼 가지를 살짝 두드려

아무 일도 아닌 양 마주잡은 손을 바라본다.

 

둘은 항상 마주보며 늘 웃었다.

오른손 바닥을 아래를 향하게 하고

시계바늘처럼 빙글 빙글 돌리는 모습은

더욱 사랑해요!

당신과 만난 것은 기적 이예요!

 

※ KBS1 TV 인간극장 “아홉살 현정이” 농아인(聾啞人) 부모님의 삶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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