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자전거/麗尾박인태

 

 

자전거 / 麗尾박인태

 

페달 돌리기를 멈추면

넘어지는 동그라미 두 개

비교적 간단한 원리지만

꼭 필요한 최소한의 부속은 있다.

편안함을 위한 탄력 있는 안장

관계를 이어주는 동력전달 장치

달리는 방향을 조정하는 손잡이

속도 조절하다 문득 멈추는 브레이크

때가 되면 짐도 적당하게 실을 것이다.

안장 뒤 짐칸도 귀찮아 말자.

그냥 달리기는 심심하잖아

딸랑딸랑 쌍방울 소리가 요란하지만

너무 빨리 달리면 쉬 지친다.

천천히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고

항상 닦고 기름 치기를 게을리 말자.

관리 잘못하면 녹이 슬어 삐걱거린다.

가능하면 밖에 두지 말자.

이놈 저놈이 함부로 타다가

결국엔 어느 놈이 훔쳐간다.

그렇다고 집에만 두고 너무 아끼면

내 것인지도 잊힐까 염려된다.

항상 내 것보다 남의 것이

좋아 보여도 새 차 물색하지 말고

좀 낡았다고 속도가 덜 난다고

괄시하지 말고 잘 닦고 조여주면

내 몸에 잘 맞는 명품이 될 터

자주 올라 타 동그란 바퀴를 즐겁게 하고

가끔은 땀이 흠뻑 나도록 달려보라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내 자전거.

오늘은 신나게 페달을 돌려야지.

 

출처 : 팔도 문학

글쓴이 : 麗尾 박인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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