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나레이션 원고(전규태교수 출판 기념)/박인태

2012. 6. 28. 11:54나 그리고 가족/수필(자작)

 

지지않는 꽃은 꽃이아니다(나레이션 원고)

박인태 작(나레이터 이지나) 

 

<전규태 사진>

<고우영화백 그림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전규태교수를 보고 한마디씩 한다.

한동안 어디에서 계시다가 불현 듯 나타났냐고…….

이미 저세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

너무나 의외라는 표정도 있고,

늙으막에 전라도 어디에 숨겨두었다는 정인하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돌아온 것이 아니냐고도 한다.

그럴 때 마다 노교수는 그 특유의 웃음으로 손사래를 치면서

덤으로 사는 인생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덤으로 사는 인생…….

그 느낌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유(浮游)라고 대답한다.

(그림 부유 소개)

공중을 떠다니는 소녀 같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돌아 온 로맨티스트 전규태 교수를 소개한다.

 

1933년 전남 광주시에서 출생하고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하였으며

 

<전규태 활동사진>

 

문학박사로

1953년 공군종군작가단과 함께「코메트」지를 편집,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 그간 발표한 시를 묶어 시집 <석류>발간하고

그 후 시집 1965년 “백양로”, 1980년 <우수의 계절>, 1986년 <흙의 신화>, 1987년 <네가 낳은 하늘> 등 시집을 출간하셨으며,

최근 2011년 <사랑해도 되겠니>라는 스케치가 곁들린 달콤한 시화집을 발표하셨다.

<시화집 사진>

 

1978년 하버드대, 1979년 컬럼비아대, 1982~84년 濠州國立大 객원 교수를 역임하였다.

 

한국문학평론가 협회상, 현대시인상, 모더니즘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상사진>

 

한양대·연세대 교수역임하고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분과회장직을 수행하였으며

전주대학교 국문과 교수 역임하는 등 화려한 약력을 들 수 있다.

 

< 전규태의 유년 >

전규태교수의 아버님은 어려서부터 폐가 아주 약하셨다고 한다.

그 때문이였을까......, 그의 아버지는 전규태가 뱃속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폐병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자란 자신은 유복자라고 말끝을 흐리시던

전교수…….

어머님은 그 유명한 광주학생운동의 주체였던 엘리트 출신이였다고 한다.

<가족사진>

 

아버지의 타계로 인한 충격을 이기기 위하여 어머님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이후 중일 전쟁 중에 중국으로 징집되어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자,

젖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외할머니 품에서 자란 어린 전규태는 항상

어머니의 젖이 그리운 유년을 보내게 된다.

그가 10살이 되던 해 중국 어머니를 찾기 위해 만주행 열차에 혼자 올라

드디어 어머니를 만나는 일화는 가슴을 저리게 한다.

혹자는 이런 연유로 전규태 교수는 여자를 너무 좋아하지 않은가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고 한다.

 

췌장암 선고 후 대 수술을 받고 10여 년간 해외에 거주하면서 의사가

말하기를 이제 부터는 글을 쓰지 말고 그림을 그리라고하여 주로

스케치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림 중에 유달리 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모습이 많은 것을 보면

규태의 내면세계를 잠시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전규태의 그림 화면에 보임>

 

<전규태의 약력>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이 신문사였다.

신문사 바로 옆에 있는 단골 다방 주인의 조카를 알게 된다.

열애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녀는 늘 "죽어도 사랑할거야."라는

첫사랑의 경험은 이후 인생사에 많은 로맨스의 단초가 되어 다른 여인을

다시 사랑하게 된다.

 

전규태 시인의 약력은 대단하다.

명문대를 나와 박사학위를 받고 외국의 명문대 교수를 하신 석학이다.

기본적으로 국문학을 공부한 학자이면서 비교적 늦게 시조시인이며,

다시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예술, 문학에 대한 저서를 남기게 된다.

 

20대 이른 나이에 연세대학교 강단에 교수가 되고 이후 인기 작가,

인기교수, 자주 TV에 출연하며 그렇게 잘나가던 전규태 시인에도 시련이

닥쳐왔다.

온 나라가 IMF구제 금융을 받은 어려운 시기에 일련의 하는 일이 잘못

되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췌장암 말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대 수술 후 국내와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림도 그리고 생각도 정리하고

10여년 만에 완치되어 국내로 돌아오면서 자전적 에세이집

“나의 삶 나의 문학”을 들고 돌아온다.

 

시한부 인생이 어떻게 완치가 되었을까?

아마도 모든 걸 내려놓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서 몸이 좋은 쪽으로

변하게 된 게 아닐까?

웃음이 보약이라는데. 입이 무거운 양반의 입에서 더 이상의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지…….

 책에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어있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자기 삶을 계획하고 끊임없이 열정을 바치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가슴이 와 닿는다.

자전적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외로운 이별연습을 통하여 승화된 만남을 이어간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여 죽어간다는 역설의 삶

"지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라는 명 시구를 탄생시키게 된다.

 

지나온 삶에서

연세대, 하버드대, 케임브리지대, 호주 국립대교수를 역임한 비교문학자

그는 9권의 시집과 30여권의 에세이집을 포함하여 백여 권의 저서만 보아도

그의 삶이 얼마나 멋지게 살았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그의 제자를 보면 알 수 있듯

소설가 최인호, 그림의 마광수, 시인 강은교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 문화 예술계를 이끌어 온 셈이다.

 

<최근활동>

최근에는

“절망의 벼랑 끝에 피워있는 희망을 함께 심어주며 나누고 싶다.

바람을 꽃으로 피우고 싶다”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노라고

2011. 6월부터 7월까지 서울 인사동 하나로 갤러리에서 “시각장애우 개안수술 돕기

자선전시회”를 열었다.

<행사사진>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 대부분 사망하게 됨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이제부터 사는 삶은 덤이다.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생각하는 안목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느낀 삶의 고귀함을 전하려 노력한 결과 과거의 명성과 거만한 몸짓을 다 버리고 어디든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달려가서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에 자신을 드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팔도문학 동영상>

 

그 한 예로

그는 투병 기간 동안 아산 소재 외암마을 송화 댁에 머물며 창문을 열면

바라보이는 수백 년을 한결같이 푸름과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에 반하여 “고임솔”이라는 이름을 명명하고 본인도 그 소나무처럼 인생의

황혼을 푸르게 베풀면서 살기를 얼마나 소망하고 있다.

조급한 맘을 억누르고 인근 지역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문학 강연을 하면서 즐거운 여생을 보내고 있다.

<송화댁 고임솔 동영상>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나간 세월 누린 영화보다 최근 몇 년 췌장암과 동행한 세월이 더욱

값지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부유사진>

이 기분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유”라고 한다.

부유? 말 그대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그런 생활이다.

이 부유를 깨달음으로 그는 어쩌면 시선(詩仙)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눈이 있으되 눈을 뜨지 못했던 것처럼 하늘을 나는 그런 부유함을 이제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에 눈을 뜨지 못하는 사람을 애달아 돌아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천안시낭송회 동영상>

 

선생은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퇴색하였지만 아직도 핑크빛이 묻어있는 카드를 하나를 열어 본다.

아픔으로 간직해야 했던 사연도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연애에는 지독히도 인색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신문사

옆 다방 주인의 조카로부터 자신을 열렬하게 사랑했노라 고백한

그 여인으로 종결지어지는 아름다운 인연.

 

워낙 여행을 좋아하신다고 하기에 요사이 행사 중인 여수엑스포와 그 주변 바다 가운데 백도라도 가고 싶지 않으실까…….

귓전을 스치는 파도 소리와 함께 불현 듯 생각나는 어느 임의 시구를 떠올려 본다.

 

<나레이션 종료>

"생명의 힘이 저를 마구 흔들어댔습니다…….

춤추고 파도치는… 아무런 경계도 없이 허물어져 실체도 없이 행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백도도 나도 증발하고 말았었지요.……"

<전규태 약력>

 

2012.06.28(나레이터 이지나)

 

전규태(나레이션).hwp

 

전규태(나레이션).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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