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熱病)
2007. 8. 14. 18:11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3.열병(熱病)
여미(麗尾) 박인태
대여섯 살 적
초라한 삼간 초가집에서
지랄 염병에 걸렸다
춘 사월 망종(芒種)의 허기짐은
보리죽 한술로도
생명의 끈을 이을 수 있지만
고열로 엉켜버린 머릿속은
허깨비의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공포로 시달렸다
1+2+3.
청년의 시기
현실인지 꿈인지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어느 틈에 난제(難題)에
붙들려 있다
이제는 장티푸스라고 했다
보릿고개 망종(芒種)의
춘궁(春窮)의 시절도 지났건만
고열로 얇아진 내장은
천공(穿孔)을 위협하며
여전히 굶주리고
다시 쓸데없는
고등수학의 미로를 헤맨다.
x + y +z.
이제 중년
세월의 수레바퀴 속
길들여진 육체의 시계는
여지없이 춘궁(春窮)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오늘이 음력 망종(芒種)
열병(熱病)은
피할 수 없는 무병처럼 찾아와
선잠으로 허기진 코골 이 환자의
의미 없는 잠꼬대로 바뀐다.
나는 무엇인가.
언제 끝나려나.
이 춘궁의 헛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