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2007. 8. 14. 18:09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1.  호롱불 



         여미(麗尾) 박인태


꺼질듯

가물거리는 작은 빛

서서히

온 방을 가득 채운다.


수줍은

영양실조로

핏기 없는 노오란 얼굴

새 각시 어깨 숨 몰아쉬듯


꿈처럼 

어언 옛날

고조부 장죽에 불 붙여 드리며

입김 닿을락 말락 엿든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 태어날

베갯머리 이야기


불은

꺼지지 않고

인생은 이어지는

비밀이라고

입술을 꼬옥 다문 채

이 밤

까맣게 애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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