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011. 8. 31. 15:38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인생
麗尾 박인태
어렸을 때 기억에
여름 낮이면 동네 큰 나무 그늘진 명당에
노인 분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시고 계셨다
대부분 흰색 바지저고리 차림으로
기다란 곰방대를 입에 물고
뻐끔 뻐끔…….
구부정한 모습과 때 묻은 옷차림
지나가면 역한 냄새가 났다
몸에 베인 찌든 담배 냄새와
구별하기 힘든 고린내가 싫었다.
코를 막고 살금살금 지나가다
어느 어른이 불러 세운다.
에끼놈! 어른들 계시는데 인사를 해야지
까까 머리통에 톡........,
곰방대 놋쇠 뭉치가 작열했다.
나이 들어 생각해 본다.
그 노인네 연세가 몇이셨을까?
수염 기르고 머리에 건을 쓰셨지만
고작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중반 쯤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할 것 같다.
나처럼 마음은 항상 청춘 이였으리
아들과 딸이 자라 곧 손자를 보게 되었는데
난 아직도 철없는 남자일 뿐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무심코 벽에 걸린 거울을 보았다.
세수하고 로션도 바르고 나왔는데
검댕이 하나가 얼굴에 붙어있다
얼른 침을 묻혀서 닦아 보니
닦이지 않았다
검버섯이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그 사람의
인생이 그려져 있다 하는데
힐끗 힐끗 훔쳐보는 내 얼굴엔
언제 후회 없는 인생이 그려지나.
'나 그리고 가족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당신과 나(축시) (0) | 2011.10.06 |
---|---|
고임 소나무 (0) | 2011.09.19 |
조도(鳥島)등대 (0) | 2011.08.24 |
[스크랩] 여미 박인태시인 조도등대 낭송 (0) | 2011.08.23 |
[스크랩] 천안삼거리 / 박인태 (0) | 2011.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