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2010. 11. 1. 15:27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오서산

 

                  麗尾박인태

 

친구가 속삭였다

정상은 너무 아름답고

오르기도 힘들지 않고

중턱부터 가는 방법을

알려 주마

나중에 알았습니다.

산은 그렇게 오르는 것이 아니란 것을

처음부터 산은

매우 가파르고 험해 보였다

그래! 올라가다 힘이 부치면

살며시 내려오자

미끄러지고……. 숨이 차고

어지럼증과 땀으로 범벅일 때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속보이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서

이제껏 올라온 것이 아까워

묵묵히 땅만 보고 오르다 보니

남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산은 정상을 허락해 주었다.

서해를 지키는 등대 같은 산

정상에 널린 하얀 억새의 물결

사방을 둘러보며

옛 사람들이 하늘을 알기 위해

산을 올랐을까?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야호!

아름다운 오서산이여 고맙다.

 

※오서산 : 충남 홍성에 있는 산(해발 790m)

정상의 억새꽃이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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