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집(돌무덤)
2009. 10. 29. 16:50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독집(돌무덤)
여미(麗尾)박인태
고운 봄
여린 주먹 불끈
동토를 헤쳐 나와
하이얀 손바닥을 벌려
세상의 무엇을 잡으려던
솜털 고사리 손은
찬 바람에 바스스 꺾이고
그 영혼은
서러워 서러워서
미완의 손가락 같은
청미래 덩굴 가시로 돋아나
길 손 옷깃을 부여 잡는다
날 벌써 잊으셨나요
따뜻한 손길 좀 주세요
애절한 손짓
차마 돌아볼 수 없고
무서워 발걸음 재촉하는
살아남은 어미는
먼저 간 무형의 너에게
항상 용서를 빈다
보내고 많이 울었단다
이슬 흥건히 젖은
음산한 돌무덤 가
힘겹게 디딘 발걸음이
후들거려 움직이질 못하고
놓아라 제발 놓아다오
술취한 미친년 되어
밤새 중얼거린다
독집(돌무덤) : 예전 서남해 지방에서는
어린애가 죽으면 그 무덤을 돌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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