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소리
2009. 10. 17. 11:05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풍장소리
여미 (麗尾)박인태
아베는
칠산 바다로 돈 실려 갔다
배에 투망 그물을 실으며
“칠산 바다로 돈 실려 가자”
동사(同士)들과 풍장 굿을 하였더랬다
오색 깃발 날리며
돈 실려 떠나 갈 적
“아부지 돈 많이 벌어 오랑께......,”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돈이란 것은 하필
그 험한 칠산 바다 두둥실 떠다니나
바다 가운데 섬 가파른 벼랑에
매달려 팔랑 팔랑 유혹하나?
그렇게 힘들면
오제 그냥 오제, 보리밥 묵고 같이 살지
머 한다고 아직까지 안 오신다요
남들은 벌써 돌아 왔는디
누구 울 아배 못 보았소?
황조기 우 우 울던 그 밤에
돈 가득실고 돌아가더라고
풍랑 속 너무 실어 풀등에 누었더라고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울 어매는 섬 끝 너머서
오늘도 혼자 질펀히 앉아
중얼 중얼 “느가배 온가 봐라”
※ 사투리 : 아배. 아부지(父), 느가배(느그 아배), 풀등(바다 가운데 모래톱)
2009.10.17 조도인의 칠산바다 조기잡이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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