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시 / 똥

2009. 6. 23. 16:58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麗尾(똥) 박인태


노오란

아기 똥은 예쁜 똥

술 마신 다음 날

시꺼먼 아빠 똥은 미운 똥입니다


똥 못 싸면

얼굴 새하얗게 질리고

설사 똥 싸면

배 아파서 미쳐 죽지요


똥은 

왜 냄새가 그렇게 더러울까요?

내 것인데

내 것이라 말하기가 너무 싫어요.


어젠가 

오늘인가 몰라도

맛있게 먹었던 콩나물 가락이

흐물흐물 몇 개 나오네요.


고약한

그 냄새가 없었다면

어떻게 똥파리가 찾아오나요?

알리지도 않았는데 빨리 찾아왔네요.


우리는 다 알지요

왜 똥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는 줄

엊저녁에 남몰래 호박 삶아 먹어서

한두 개 호박씨 나오는 거래요


똥은 원래 구린 것이니

너무 냄새난다 하면 뭐해요.

어제 갓 태어난 어린애 똥도 구린데

세상 오래 산 내 똥 구린 것 당연해요


맛있는 것도 먹고 나면

구리 구린 똥으로 나오는 것

똥에는 소화 덜 된 것이 반이라 하니

미리 반씩 나눠 먹으면 냄새 덜 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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