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어(義魚)의 꿈
2009. 6. 13. 15:46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의어(義魚)의 꿈
麗尾 박인태
먼 바다
유랑의 시간을 끝내려
갈대 우거진
어미의 강 냄새를 좇아
태토(胎土)로 회귀하는
본능
칼 같은 그 성질
누울 수 없다
서서 산란하는 위어(葦魚)는
그물에 걸려 죽지 않는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꿇고 버둥대느니
차라리 그 자리에 서서
스스로 죽고 말리라
먼 옛날
패망한 조국을 떠나는 백제왕
저 무도한 소정방의
당 도적 무리의 뱃길을 막으며
의어(義魚)는
은빛 칼날이 무디어 질 때까지
사랑했던 임을 위한
마지막 충성으로
몸 바쳐 의로운 희생을 하였다지.
이제 떠나거라
깊고 차가운 해연(海淵)으로
본능의 유전자가
돌아가라 재촉하면
어쩌면 내년 봄 오월
금강 하류 웅포대교 아래서
너를 찾으마
혹시 힘이 부쳐
올라오지 못하였거든
목포 영상강 하류나
김포나루 한강 하류에서
빳빳하게 서서 죽은
부여의 물고기를 보게 되겠지
잊지 마시라
우어(魚)라고 해도 좋고
웅어(魚)라고 부를지 모르네.
그렇다고 해도
백제의 우여인 것을 기억하고
데려와서
의어(義魚)를 위한
축제를 열어주소.
※ 의어(義魚) : 우어, 우여, 웅어, 위어, 도어로 불리는 멸치과의 민물 회기성
은백색 어류로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양력 5월쯤이 되면 민물로 산란하기
위해 회귀한다(옛부터 왕께 진상했다는 백제인들이 즐기던 횟감), 충남 부여.
강경 등 지방에서 해마다 5월 경 우여 축제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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