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
2009. 6. 20. 10:13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쌈닭
麗尾 박인태
숲에서 살 때는
어쩌다 내 암탉 엉덩이 산란관에
살을 비비려는 그놈이 미워서
적당히 겁주어서 쫓으려고
발길질과 날개를 퍼덕인 것뿐입니다
어느 날부터
친절한 주인님이 돌봐주면서
누가 내 사랑을 훔쳐갈까 봐
따끔하게 일격을 가해 쫒아버리곤 했습니다
사랑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더없이 고마운 주인은
하루가 멀다고 고급스러운 먹이를 주십니다
그분은 나의 신이십니다.
이제부터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은 하찮은 장식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신이시여
당신의 뜻이 그러하십니까?
나의 발톱은 아주 보잘것없나이다.
날카로운 창칼을 내려 주옵소서!
거룩한 전쟁에 적을 섬멸하겠나이다.
이제 깨달았습니다!
주인님은 내 생명의 근원이십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려도 좋습니다
아! 설령 이 몸 부셔져 사라져도
당신이 마련한 저 낙원에 있을 거니까요!
'나 그리고 가족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누이 (0) | 2009.07.10 |
---|---|
냄새나는 시 / 똥 (0) | 2009.06.23 |
의어(義魚)의 꿈 (0) | 2009.06.13 |
미류(美柳)나무 이파리 (0) | 2009.06.05 |
윤회(輪回) (0) | 2009.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