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억

2008. 9. 4. 16:20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한가위 추억


                    麗尾박인태



이맘 때

황토방 아랫목 질항아리 속

뽀얀 얼굴을 내민 애기 콩나물


뜬금없이

커다란 보따리를 이고 진

옷베장사 아줌마는 마을에 나타나고


깜장 학생복

포르마린 풀 먹인 냄새가 났다

아 좋아라 새 옷 느낌


헛간 돼지는

부쩍 자주 오는 이웃집 사내가 싫다

밤마다 살이 붙는 저 달도 밉다


벽작에 걸린

새농민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가새표는 해 그늘 전에 그어져 있다


그리워라

팔월 한가위 그 기다림의 추억

사무치게 행복했노라, 그 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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