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들녘을 바라보며

2008. 9. 3. 17:28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초가을 들녘을 바라보며



                      麗尾 박인태


엊그저께

장남보다 열아홉 아래

막내 동생 집을 방문하여

갖 일백일 조카를 안아 보았다

베내저고리 아가의 입술은

잘 익은 보리수 열매처럼 붉고

솜털 보송한 볼은 햇 복숭 같더라


아들 딸 낳아

어떻게 길렀나 기억도 희미한데

아가를 보듬어 봄이 이처럼 행복하랴

아름다운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고

푸르른 봄의 향연도 즐겨 가면서

서투른 농사지만 땀 흘려 살았는데

어느덧 가을의 들녘을 바라본다


이 가을

알곡을 받으려 팔 벌린 들녘은

아직 푸름이 조금 남아 있다

비록 겨울이 가깝다 맘은 급하지만

농부는 아직 낙심할 때가 아니란다

함께 바라보는 누구 또 있다고

초가을 들녘이 두 팔을 흔든다

 

2008. 9.3(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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