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 2회 한비문학 시 부문 대상 수상작 외 ~

2007. 10. 19. 17:53아름다운 세상(펌)/고운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헤르만 헷세,데미안 中에서-

 

나의 낮 꿈은 화려하다.
길고 어두운 밤의 시간을 품고 견디면 깨어나 날아오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숲길로 걸어가면 부드러운 미풍에 춤을 추는
수많은 저 푸른 이파리들 그것은 살아 있는 언어며 시였다.


나무가 가지를 뻗어 하늘로 길을 내고 뜨거운 열망의 광합성을 하듯
나는 언어를 만질 때마다 가슴이 뛴다.
산소 대신 만져지는 꿈틀대는 언어, 물 대신 촉촉한 감성,
태양빛으로 시의 세계로 날아오른다.
그래서 손끝으로 사람들의 가슴마다 새겨질 문신 같은 시 한 편을 만들고자
고도의 고독과 슬픔을 밀어내지 않고 품는 날들이 분명 고통이라도 행복하다.


막막한 내 하늘의 별들이 땅 위로 내려와 은하수마을이 되면
오로지 시의 욕망이 꿈틀대고 약도 없는 불치의 병을 앓으면서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고백하건데 마흔이 될 때까지 나는 나를 종교 삼아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문학을 하는 고운 이들을 믿고 의지하며
푸르게 푸르게 뻗어 가는 문학 나무의 가지가 되고 이파리로 내 생을 가꿀 것이다.
지나온 시간 부단히 아름다운 조화와 빛남을 위해 아쉬웠던 부분
앞으로는 더욱 더 모든 생명과 사물들의 상생(相生)에 일조하는 詩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비문학 시 부문 대상 수상의 영광으로 많은 분께 빚을 졌다.
그 빚을 빛으로 갚는 날을 소망해 본다.
그래서 나의 낮 꿈은 희망의 부활을 詩作하고 있다.


어느 화려한 날을 위해 지금 꽃편지를 쓴다.

 

 

----------------
외 椳


韓英淑

 

무성한 숲
그 숲에 내가 서 있다네

 

푸르른 이파리는
가난한 이름이 아니었으므로
술 취하는 밤마다 깨어나서
속살거리는 혓바닥같이도
그렇게 잘도
낮 꿈을 꾸었더군

 

생각해보게나
하루도 앓을 수 없는
저 가혹한 날들의 태양빛과
눌러도 눌러도 용솟음치는 그리움의 물줄기를 따라
아무리 마셔도 식지 않는 비릿내
막을 수 없는 신비스런 놀라운 꿈
하여,

 

숲이 붉은 울음을 토하는 날에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니
가지는 목이 쉬도록 되새김질을 했다더군

 

아직
나는 그 숲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네

 

외椳:흙을 바르기 위해 벽 속에 가로세로 얽은 것인데, 여기에 흙 ·모르타르 ·회반죽 ·플라스터 등을 바르면 벽이 된다. 댓가지 ·수숫대 ·싸리 ·잡목 특히 삼나무의 심재(心材)를 잘 건조시킨 것을 사용한다. 기둥 또는 샛기둥에 5 cm 정도의 간격으로 붙인다.

 


---------------
K 이야기

 


韓英淑

 

어스름 저녁 무렵 k와 검버섯 핀 지하 방을 벗어나
종로 막걸리 골목으로 들어서자 밀물 든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욕쟁이 할매가 내어준
고등어 한(恨) 토막,
새우젓 버무린 4.19, 5. 16.
신 벗어 댓돌 위에 곱게 올려놓던 그날
눈물보다 심심한 막걸리는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았다

 

철삿줄 감긴 감성으로 詩를 써도
심장에 살아서 팔딱거리던 새우와,
고등어는 끝내 꼬리를 내주고도
바다로 힘차게 헤엄쳐 가는데
뻘 밭을 헤매는 목마름으로
k는 자꾸만 철쭉 빛 얼굴로 꽃술처럼 흔들렸다

 

"*문둥이, 뭐 그깟 것 가주고 이카노 힘내라마."

 

k가 일어나 바짓주머니에서 삼천 환을 꺼내 놓고
홀연 자정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 따라 주섬주섬
상리과원으로 걸어가 수면제 보다 달콤한 약초를 먹었다.

지금은 단지
철쭉 붉은 날이면 K의 푸른 종소리가 간간히 들려올 뿐이다

*서정주의 시 두 편-문둥이, 상리과원

 

-----------------------
빗방울 소리가 내 영혼에 닿는다


韓英淑

 

닻을 내린 포구에 빗방울이 굵게 떨어진다
비 오는 포구의 기억은 늘 비릿하다

 

스쳐가는 바람과
선창가 물결이
소주 한 잔 나눠마시는데
깡통 불에 꽁치가 타닥거리고
타닥거리는 불꽃에 바다가 출렁인다
소금이 철썩거린다

 

그리움이 옷소매에 절여져 짠기를 뱉을 때
휑하고 슬픈 서글픔을 풀어 소주에 섞으면
내 안의 녀석들 꽁치들이 바다와 못다 한 사랑에
목놓아 운다

 

빗방울이 깡통불에 닿으면
타다닥타다닥 내 영혼을 울린다
내 영혼은 꽁치와 목놓아 운다

 

빗방울 소리가 내 영혼에 닿으면
난 바다가 된다


-----------------
매미

韓英淑

 

새벽 해 뜨기 전 숲으로 그 여자가 걸어가면
어느새 무성한 햇살은 흩어져 금빛 짙은 스카프를 휘날렸고
갈참나무 아래 작은 바윗돌은 땅에 누워
며느리 밥풀꽃 전설을 들려주곤 했다

 

슬픔에 못이긴 그 여자의 원피스빛 잎사귀 몇몇이
쉬지 못한 영혼처럼 죽을 힘을 다해 나무 위로 솟구쳐 올라
서러운 향수에 젖어 날갯짓하다가
아픈 한숨 들썩이며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는데
그때마다 여자는 세월의 길목으로 어두웠던 껍질을 벗어 놓았다

 

과거는 오랫동안 땅빛이었고 흔적은 썩지도 않아
밤낮없이 들려오는 긴 울음은 매앰 매애앰
처음인 듯 마지막 같은 간절한 그 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 여자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

시는 영혼의 울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집니다.


저는 어릴 적 읽는 즐거움에 문학서적을 탐독하며
미처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감동하였습니다.
또한, 좋은 글을 읽고, 생각하며, 쓰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영혼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날 詩語로 밤을 새우다 바라본 하늘에는
별들이 유난히 눈부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별을 좋아하는 것은 하늘 높이 떠서
그 빛 변함없이 오래도록 찬연한 까닭이라 추측해봅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시는 이렇게 별처럼
가슴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됩니다.
그러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 의지는 시를 쓰는 것이고,
영원히 빛날 문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가 영혼의 울림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이 자라려면 빛, 양분, 산소가 필요한 것처럼
문학의 길을 혼자 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지금 충고와 격려로 주시는 상으로 하여
부끄럽지 않은 詩作되도록 하겠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꽃편지詩를 쓰겠습니다. 다시 새롭게.

 

 

제2회 한비문학상 수상자 한비문학상은 문단의 발전과 작가의 작품 활동을 위하여 『월간 한비문학』에서 출신에 관계 없이 우수한 작가의 작품을 근거로 당해년 6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발표 된 시집과 작품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일 년에 한 번 수상자를 선정 문학상의 취지와 의의를 살리고 정통성과 명예를 지켜나갑니다.
■ 시 부문 대 상



[한영숙 시인]
출처 : 꽃편지지
글쓴이 : 꽃편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