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현장에서

2011. 1. 26. 17:41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구제역 현장에서

                여미 박인태

 

보이지 않은 검은 사신이

밤낮을 구별하지 않고

기웃거리고 있다.

 

몇 천 년 전

신은 온 애굽 땅

장자와 생축의 처음 난 것만

골라 죽임으로

신의 뜻을 전했다.

 

하늘 땅에 가득한

죽음의 그림자는

교만한 인간의 탐욕을

일깨우려 함인가

차라리 무릎을 꿇고 싶다.

 

가엾은 소. 돼지

죽이는 짓 그만 하고

지처 쓰러지기도 싫어

자정 전에 일을 마치고

가족과 식탁을 마주 하고 싶다.

 

2011.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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