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자살

2010. 4. 7. 11:0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할부 자살


              麗尾 박인태


아버지는 갑상샘 암 환자셨다.

조기에 발견 치료하여

수술 안하고 십년을 더 사셨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셨다

아버지 담배 피우지 마십시오.

자식들이 모두 말렸다

그리고 얼마 후

감기가 오랫동안 났지 않고

기침할 때 가끔 피가 묻어 나와

병원에 가니 폐암 이랬다

이미 4기를 넘어 수술이 안 되고

방사선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앞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던 3개월 후

아버지는 기도가 막혀서 돌아가셨다

그 좋아하시던

담배도 다시 끊었는데

자식들에게 잘 살라고

한마디 말씀도 못하고

할부 자살을 마치셨다

미움도 할부 자살의 한 종류라는데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며

담배의 달콤함을 증오하며

쓰디쓴 소주잔을 꺼억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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