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7. 13:51ㆍ아름다운 세상(펌)/고운글(펌)
혼서와 혼함에 대하여(Ⅱ)
2. 혼함에 대한 예절
가. 혼함이란?
혼담이 오가다가 혼인이 이루어지게 되면 신랑 측에서는 신부 측에게 혼인이 이루어진 데 대한 감사와 정혼의 뜻을 보내게 된다. 그것이 이른바 혼서라는 납폐문이다. 그 혼서를 보낼 때 같이 보내는 물품이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선남선녀가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물품으로 변모시켜 보내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른바 신랑과 신부의 결합을 음양의 생성이라 보았다. 그래서 만물의 생성 원리인 음양의 이치에 기인한 물품을 준비하여왔다. 그것이 음의 기운인 청과 양의 기운인 홍의 결합이다. 청홍의 결합이 혼인의 약속이다. 그래서 함 안에는 청단홍단 비단과 청실홍실을 넣어 보낸다.
혼례를 올리는데 양가가 치러야 하는 첫 번째 공식적인 관문은 혼함 보내기이다. 신랑측에서 보낸 사성을 받은 신부측에서 날을 받아 연길문을 보내면 정혼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에 신랑측에서는 정혼이 이루어진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정성을 보내는 것이 바로 혼함이다. 이른바 근자에 와서는 그냥 ‘함’이라고 하는데 ‘혼함’ ‘납폐함’ ‘납채함’이 맞는 말이다. 혼함에는 신랑집의 정성을 담은 여러 가지 물품과 납폐문을 넣어서 보낸다. 함을 받는 신부집에서도 미리미리 함 맞을 준비를 하여 격식에 맞게 소중하게 받아야 한다. ‘혼함 싸는 법’과 ‘받는 절차’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나. 혼함 싸는 법
우리 전통혼례와 관습이 사라지고 서구스타일의 혼례식이 보편화 되었지만 최근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관습 중 하나가 “혼함”이다.
혼함은 혼인이 성사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정혼의 뜻으로 신랑 측에서 보내는 납폐라는 우리 혼례 절차가 이어진 것이다. 이 납폐함에는 혼약을 표시로 청ㆍ홍색의 채단과 혼서가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나 최근에는 예물, 한복 등을 함께 넣기도 한다.
1) 준비물
가) 함(통상 신혼여행용 가방을 사용한다).
나) 청색, 홍색 한지 : 바닥에 깔기도 하고 채단을 싼다.
다) 싸리가지 : 함 속의 내용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그대로 쓰는 것 보다 한지로 싸서 사용하는 정성이 보여준다.
(손질 전 싸리가지) (손질 후 싸리가지)
라) 오낭 : 다섯 색깔의 주머니로 잡귀를 쫓고 가문의 번창을 위하여 곡식과 향나무를 넣는다.
(1) 노랑색 : 목화씨(신랑과 신부의 나이를 합친 수만큼 넣으며 일편단심의 뜻이 있다)
(2) 적색 : 팥(잡귀를 쫓아내는 뜻이 있다)
(3) 초록색 : 콩(재산증식과 부의 뜻이 있다)
(4) 백색 : 수수(다산과 가문의 번창의 뜻이 있다)
(5) 분홍색 : 향나무(무병장수의 뜻이 있다)
(오낭)
마) 채단 : 청단홍단 비단을 한지에 정성껏 싼다. 청단은 저고리용으로 홍색한지에 싸서 함에 넣고, 홍단은 치마용으로 함보로 사용한다.
바) 무명실과 청실홍실 : 무명사(장수)와 현사훈사(음양의 결합)라고도 한다.
(무명사) (현사훈사)
사) 예단비 쌈지 : 예단비 및 꾸밈비를 넣을 쌈지
아) 납폐문(혼서) 및 납폐문 주머니(물목 포함)
(예단비 쌈지) (납폐문 주머니)
자) 예물 : 패물, 핸드백, 지갑, 화장품 등 집안의 사정에 맞게 준비한다.(화장품이나 핸드백은 꾸밈비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차) 함끈, 함보 : 함끈은 아이가 태어나면 기저귀로 쓸 수 있도록 백색 무명 한 필(서른 마)을 준비하며, 함보는 치마용으로 쓸 비단으로 준비한다.
(함끈/기저기용) (함보/치마용 홍단)
2) 함 싸는 법
가) 아래 칸 내부
순번 |
절 차 |
비 고 |
1 |
함(가방)준비 함에 쓰일 가방의 내부와 외부를 깨끗하게 닦고 뚜껑을 열고 고정시킨다. |
|
2 |
바닥 깔기 함보를 깔고 그 위에 함을 올려놓은 다음, 적색 한지를 바닥에 깐다.
|
|
3 |
오낭 넣기 ① 황색(목화씨) : 정 중앙 ② 적색(팥) : 북동(우측상단) ③ 백색(수수) : 동남(우측하단) ④ 초록(콩) : 남서(좌측하단) ⑤ 분홍(향나무가지) : 서북(좌측상단) |
|
4 |
패물함 넣기와 고정 ① 패물은 준비한 상자 째로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둘러 황색주머니 위의 정 중앙에 놓는다. ② 움직이지 않도록 싸리가지로 고정시키며, 네 모서리는 황색주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주머니로 고정한다. |
|
5 |
채단과 예단비 쌈지 넣기 ① 청단 저고리 감을 홍색 한지에 싸서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둘러 넣는다. ② 예단비 쌈지에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둘러 채단 위에 올린다. ③ 무명실과 솜을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둘러 예단비 쌈지 위에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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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채단과 혼서지 넣기 ① 위의 5항이 끝나면 청색 창호지로 덮는다. ② 혼서지 주머니를 올리고 가방끈을 고정시킨다. ③ 그 위에 청실홍실을 가지런하게 놓는다. |
나) 위 칸 내부
순번 |
절 차 |
비 고 |
1 |
① 채단이나 패물 이외에 정성으로 보탤 예단을 넣는다.(술, 핸드백, 지갑 등) ② 아래 칸과 같이 물품을 넣은 다음 흔들림이 없게 싸리가지로 고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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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외부 꾸리기
순번 |
절 차 |
비 고 | ||
1 |
함 봉하기 ① 뚜껑을 닫고 손잡이 안으로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두른 다음 풀로 붙인다. ② 가로에도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두른 다음 풀로 붙인다. |
|
| |
2 |
함보 싸기 1 ① 함보의 적색이 겉으로 되게 함을 놓는다. ② 가로부분의 보자기 끝이 똑 같게 당겨서 8자 매듭으로 묶어서 청(녹)색이 밖으로 향하게 나비모양을 만든다. ③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두른 후 풀로 붙인다. |
|||
3 |
함보 싸기 2 ① 바깥 폭은 한쪽 끝을 먼저 안으로 펴서 넣고 끈이 달린 다른 쪽 끈은 그 위에 감아서 돌린다. ②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두른 후 풀로 붙인다. ☞ 끈이 없을 경우 네 귀를 한꺼번에 맞추고 謹封이라고 쓴 띠를 두른 후 풀로 붙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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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함끈 묶기 1 ① 무명천을 길게 펴서 폭이 4등분 되게 두 번 접어 양쪽 길이가 같게 2등분한다. ② 2등분의 가운데가 등받침에 오게 하여 한바퀴 감은 다음 엇갈리게 옆으로 돌린다. ③ 시작부분에서 돌려 뒤로 넘긴다. |
| ||
5 |
함끈 묶기 2 ① 뒤 매듭부분에서 여유를 두고 고리매듭을 하여 앞으로 넘겨 어깨끈의 여유를 둔다. ② 밑으로 돌려 매듭부분에서 매듭을 만들어 꼬리를 만든다. ③ 마지막에서 묶지 않고 뒤집어 놓는다. |
3. 함을 보내는 의식
가. 신랑집에서
신랑 집에서는 새 가정의 살림이 흥하라는 기원과 잡귀 및 액운을 쫓으려는 마음으로 봉치떡(팥과 밤, 대추를 넣어 찐 찹쌀떡)을 찐 다음, 시루 째 소반 위에 갖다 놓고 그 위에 혼수 함을 올려놓았다가 보낸다. 이때는 필히 신랑의 어머니가 직접 함진아비에게 건네야 한다.
나. 신부집까지
함진아비는 도중에 함을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야한다.
다. 함진아비의 자격
함진아비는 기혼자로서 대개 첫아들을 낳고 부부간에 금실이 좋으며 부모가 생존해있는 신랑의 친구 중에서 택한다.
라. 함이 들어가는 시간
음양이 교차하는 시간으로 해가 진 이후의 시를 말한다. 그러므로 함진아비는 청사초롱을 들고 불을 밝히면서 신부집으로 가게 된다.
라. 함을 메고 갈 때의 주위사항
1) 함진아비로 정해지면 필히 신랑의 어머님을 직접 뵙고 함을 받도록 한다. 신랑을 밖에서 만나 함을 건네받는 것은 기본적인 함의 전달에 가장 큰 실수가 된다. 반드시 신랑의 어머님을 뵙고 말씀을 들은 후 함을 건네받아야 한다.
2) 신랑 친구들은 가급적 따라가지 말아야 하며 같이 갈 경우엔 필히 정장을 입어야 하고 면도 및 이발을 한 깔끔한 모습으로 신부댁을 방문하여야 한다. 신랑 모습의 한 부분이 바로 친구들의 모습 속에 베어 있기 때문이다.
3) ‘함을 판다’는 말은 전통혼례에 없는 말이다. 그러므로 ‘함 사십시오!’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의 고성방가를 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메고 가서 건네고 오는 것이 예의다. 특히 ‘함 값을 받는다’이란 명목으로 실랑이를 부려서는 안 된다.
4. 함 받을 때의 의식
가. 함 받는 의상
1) 신랑 : 한복, 양복 모두 무방하나 한복을 입는 것이 좋다. 한복을 입으려면 두루마기를 꼭 입어야 한다.
2) 신부: 한복으로 노랑 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는다.
3) 신부의 부모: 한복과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는 것이 예의 맞는 의상이다.
나. 함 받는 의식
1) 신부 집에서 함진아비가 오는 시간에 맞춰 마루에 병풍을 치고 돗자리를 깐 후 상을 놓고 상 위에 한지나 흰색종이를 깐 다음 정안수를 올려놓는다.
2) 그 위에 봉치떡(찹쌀, 대추, 밤으로 만든 팥 시루떡) 시루를 올려놓고 홍색 보자기를 시루 위에 덮는다.
3) 함진아비가 집으로 들어오면 함진아비에게 박 바가지를 밟아서 깨도록 한다. 이는 첫 아들을 낳으라는 기원과 바가지 깨는 소리에 귀신이 놀라 물러가라는 의미를 한다. 일반 주택은 마당에서 아파트의 경우는 현관 앞 복도에서 깨는 것이 보통이다.
4) 함진아비가 당도하면 주혼자(신부 아버지)가 함을 받아 시루에 올려놓고 함진아비의 절은 받는다. 이때 주혼자는 반절로 답례한다. 이러한 절차를 ‘봉채’라 한다.
5) 봉채를 마치면 신부의 부모는 신랑으로부터 절을 받는다.
6) 절을 받은 다음 함을 떡시루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함끈과 함보를 풀고 혼주가 혼서를 꺼내 읽는다. 그리고 신부 어머니는 함 속을 보지 않은 채로 양손은 넣고 손에 처음 잡히는 예단을 꺼내는데 푸른색이 나오면 첫 아들을 빨간색이 나오면 첫 딸을 낳는다고 했다.
7) 봉치떡은 신부 밥그릇을 이용해 떼어내 신부에게 먼저 먹이고, 신부의 국그릇으로 떼어내 신랑에게 먹인다. 봉치떡은 복을 담고 있는 것이라 하여 집 밖으로 돌리지 않으며 떡 위에 박혀 있던 밤과 대추는 따로 떼어두었다가 혼례식 전날 신부가 먹도록 한다.
8) 신랑과 함진아비, 신랑친구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한다.
8) 신부 아버지는 혼서를 읽은 다음 답서(납폐문 답서)를 써서 함진아비 편으로 신랑집에 보낸다.
☞ 이 글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하였으며, 월간한비문학 2010년 신년호 <문화칼럼>에 실릴 글입니다.
기축년 12월 수필가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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