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놈은 도깨비도 얕본다

2009. 2. 15. 23:48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술 취한 놈은 도깨비도 얕본다.
            
                   麗尾 박인태

 

술 취한 놈은 도깨비가 얕본다.
한잔 술에 흠뻑 젖는 날이면
여지없이 도깨비가 따라붙지
갈지(之)자 걸음 조심하라
숨어서 지켜보던 그놈이 다가온다.
어럽쇼, 살짝 밀어.
그리 쉽게 넘어지겠느냐
치사한 놈 전봇대를 휘두르다니.
내 손에 고기 근은 네 몫이 아니다.
뒤꽁무니서 치근대기는.
놔라. 이놈 놓으란 말이다
뺨 싸다구를 후려치다니.
에이 시부랄 놈의 도깨비 놈
왕년에 힘 안 써본 놈 있더냐.
좋다 한판 붙어보자!
겨우 이겼는가! 땀을 닦고 동녘을 보니
새벽달 너머 붉은 장막이 밝아오네.
버르장머리 없는 외발 쟁이 놈
그래 꼴좋다. 허허,
나무에 묶인 소감이 어떠한고!
다시는 얼씬도 못 하렷다!
네놈이 내 새끼를 굶기려고
돼지고기를 처먹었으렷다? 
배고픈 심정이야 나도 안다마는
나중에 또 그러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어이! 기분 나쁜 도깨비 놈!
지금 들어가면 우리 집 왕 마님이
바가지 대단할 테지?
술 깨어, 밤 도깨비 물리치니
낮도깨비 걱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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