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단초 추억
2008. 10. 31. 07:22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골단초 추억
麗尾박인태
어릴 적 나 살던
할머니 친정집 뒤란
남새밭가 쌓은 석축을 보듬고
동네에서 단 한그루
가시나무 같은 떨기가 있었다
아름다운
학처럼 나비 벌처럼 생겼다
불그레하다가 노란 꽃잎은
달콤한 유혹
누가 말리지도 않는데
5월이면 살며시
그 뒤란을 도둑처럼 찾아갔다
골단초 꽃
달콤하면서 우아하다
한 움큼 보다 더 욕심을 부리면
없는 듯 숨은 가시에 찔렸다
한입 한입 꽃잎을 먹었다
어느 날엔 통통한 나를 닮은
호박벌을 만난다!
지난해 여름
다시 찾은 그 뒤란에는
아직 골단초가 있었다.
철이 지나 꽃은 아쉬웠지만
아 골단초
아직 그 자리 내 할머니 친정집
고향을 지키고 있구나
※ 골단초 일명 골담초(骨擔草)
뼈에 약효가 있다함. 풀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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