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섬 국민학교 하교길 풍경 (1967년 추억)

2008. 10. 28. 09:41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겨울 섬 국민학교 하교길 풍경

(1967년경 추억)

 

                            麗尾박인태


도지 바람에 성난 파도는

해안 암벽을 후려치며 화풀이한다.

미친 개처럼 거품을 뿌려 대면서 


홑이불 한 채 보다 가벼운 

누이는 시커먼 지세 독 하늘에 질려

땅에 착 붙은 거미처럼 돌짝 길을 기어간다.


내 허리띠를 놓칠세라

퍼붓는 눈보라에 움켜 쥔 손이 쩌억 얼었다

수건 감싼 얼굴 언저리에 주검의 공포를 본다 


시여리 겨울 섬마을 통학길

바람 잔  돌짝 길 아래 갱번, 태풍에 밀려 온 

불쌍한 송장이 이러 저리 파도에 뒹군다.

 

※ 갱번 : 갯가주변, 바닷가의 전라도 섬지방 사투리

    지세독 : 불안전 소성된 검은색 토기류(겉과 속이 매우 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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