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食蟲)이

2008. 8. 6. 18:08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식충(食蟲)이


                   

                                         麗尾 박인태

 

 

사람이 먹고 산다 하지요


어릴 적

배가 볼록한 어린애들 많았답니다

남루한 옷차림 손등엔 땟국 얼룩져 있고

쎄액 쎄액 가쁜 숨을 쉬면서

누가 흘린 고구마 부스러기를 주워 먹곤 했지요


그래서

식충이라 놀리곤 했답니다

배가 고파 그렇게 겨우 살아가는데 말이죠

아무리 주워 먹어도 배는 채워지지 않는데

어째서 보기 싫게 배꼽이 터질 듯 볼록했을까


요즘에

먹고살만하여 아파트 베란다에

식충식물을 길러 보았습니다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군것질 같은 식충을

못해선지 더러는 제풀에 죽고 말더라고요


생각하면

식충식물은 환경 척박하고 영양분도 부족한 곳에서

광합성으로는 질소질을 채우지 못해

식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양분 충분한 화분에서는 식충은 하지않아도 될텐데 


사람도 다르지 않지요

어릴 적엔 죽기 싫어 영양가 없는 거  많이 먹었지만 

요새는 영양 넘치는 기름진 것으로 배를 채우지요 

이런 사람은 밥벌레라 불러도 될거 같네요


 

하기야 이 몸도 술(酒)충이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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