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3. 13:26ㆍ살다보니 이런일이/시(詩)를 위하여
일상적 언어와 예술적 시어
시에 있어서의 재료는 언어이다. 언어는 일상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시의 창작의 경우에는 일상적 어법이 변형되거나 파괴된다.
우리가 시를 쓰는 것은 현실(사실)이상의 것(세계)을 추구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자연발생적인 일상적 언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표현을 위해 낯설게하여
싱싱한 지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일상적 언어 예술적 시어 의 차이는
1.자연 발생적 낯설게 하기
2.설명적(인과율) 표현론(목적론)
3.재료 기법
4.이야기 구성 등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예를 보면
=========
이
창가에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오붓한 자리
빵에는 쨈을 바르지요
오 아니예요
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 먹어요
이
불빛 아래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고요한 자리
잔에는 포도주를 따르지요
오 아니에요
우리가 둘이서 잔에 따르는
이 포도주는 포도주가 아니라 꿈의 즙
우리는 진한 꿈의 즙을 가득히
잔에 따라 마셔요
나는
당신 앞에 당신은
내 앞에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오 배가 불러요
보세요
우리가 정결한 저를 들어
생선의 꼬리만 건들여도
당신과 내 안에 들어와서 출렁이는
이렇게 커다란 바다 하나를.
전봉건의 시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전문이다.
이 시에는 설명되는 일상적 언어와 표현되는 예술적 시어가 공존하고 있다.
설명되는 일상적 언어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거니와 표현되고 있는 시어,
가령 첫연 뒷부분4행(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서 먹어요." 라든지, 2연의 뒷부분 4행(우리가 둘이서 잔에 따르는/이 포도주는 포도주가 아니라 꿈의 즙/우리는 진한 꿈을 가득히/잔에 따라 마셔요.)은
일상적 상식의 범주 내에 있는 사고가 아니라 비일상적이며 비상식적인 비인과율로서의 사고로서,
시창작이라는 미적 목적을 위한 '낯설게하기'로서 예술적 시어를 도모하고 있다.
이 시는 종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새로운 사고와 기법으로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에서는 "빵에 바르는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하고 낯설게할 뿐 아니라,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 먹어요"하고 일상적 상식선의 공간관념을 파괴하는 동시에
새로운 낯설게하기를 도모함으로써 새로운 싱싱한 시어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시정신은 '우리가 둘이서'다.
사랑에 젖는 심상에서는 이러한 비일상적인 공간관념이 시어로 통하나.
둘이서 도모하는 사랑에는 되지 않을 게 없다고 하는 시정신이 결말에 가서 해명되고 정리된다.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오 배가 불러요.
보세요 우리가 정결한 저를 들어
생선의 꼬리만 건들여도
당신과 내 안에 들어와서 출렁이는
이렇게 커다란 바다 하나를.
이 결말 부분은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 심정적인 치열성이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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