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07. 8. 23. 11:07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어머니
麗尾 박인태
불효자식은
눈물 흘릴 자격도 없나요
어머니
누가 고향을 물어옵니다
진도라고요? 아니 지라
섬 조도라고
알아 듣지도 못 할 테지만
어머니
누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바다를 닮은 당신의
넓은 마음을 사랑하며
미역 냄새도 좋고
파도가 몰고 오는 물보라도 좋아서
섬놈한테 시집오고 싶다고요
어머니
명절이라 조도가리 객선을 탑니다.
파도가 허옇게 뒤틀리고
작은 여객선은 몸부림을 칩니다.
애기는 울고
며느리는 창자를 비우느라
여객선 난간을 붙들고 씨름을 합니다.
난, 멀쩡한데 말이요
어머니
짧고도 아쉬운 시간이 지나
며느리는 어린애를 들쳐 업고
똥 가방까지 벌써 챙겨 들었습니다
당신은
멸치 마른고기 미역 둠부기 마늘
온갖 것을 자루에 칭칭 동여매시며
그렁 그렁 고인 눈물을 훔쳐내시면서
아가,
담에는 오지 말거라
보고 싶어 하던 것이
빨리 보내는 지금 보다 천배는 더 낫것다
어머니
여객선은 고동 소리를 길게 흐느끼고
당신에게서 멀어져갑니다
이 지긋 지긋한 섬놈 신세 몸서리가 나서요
악착같이 돈 벌어 다시 올랍니다
못난 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요
그때 까지만 살아 주시랑께요
1982년 추석에 고향 다녀와서
기록한 낙서 중에서 발췌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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