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보리 베는 여인
2007. 8. 14. 18:03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보리 베는 여인
麗尾 박인 태
나비도 앉지 않는 보리밭에 누가 있다
분명히 까칠한 보리 모개를 가르며
바람처럼 날쌔게 저쪽으로 간다.
놀란 종달새가 지지배
하늘 한가운데서 새끼들을 모은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보리밭에서 나오라 한다.
모르는 별에서 온 우주인이 써클을 만들듯
새벽부터 남몰래 보리밭으로 들어간 여인네
아직 허리를 바로 펴기는 산그늘이 너무 멀다
땡볕 어지럼증에 흙 눈물이 흥건한데
마른 가슴을 열어 달라고 아이는 보채고
젖 먹이러 온 애업이 큰놈은 먼 바다만 바라본다.
시퍼렇게 멍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보리밭 누런 이랑 따라 가슴 터지게 달리고 싶다
꼭꼭 씹어 만든 보릿대피리 소리 높이 불면서
출처 : 한비문학
글쓴이 : 麗尾박인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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