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돛배

2007. 8. 14. 18:02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돛배


                  여미(麗尾) 박인태


섬마을

동네잔치 하던 날이

공덕이 누님 시집가던 날


이팔 

천연두 곰보딱지 소녀

애물단지

시집보낸다고 좋아들 하는데


골방에서

족두리 쓴 여인이 울고 있다

정 없이 가는 것도 서러운데

서른 댓 중늙은이가 웬 말이랴

 

꽃가마 실은 돛배

시퍼런 바다위 보이지 않을 때

공덕 엄니는 까만 눈물로 젖은

하얀 수건을 흔들었다


가서 잘살라고

돛배 태워 보낸 누님

살다 살다 못살겠다고

붉은 꽃 물든 흰 적삼  입고 돌아와서

인생사 공(空)이요 덕(德)이라

이제 자유롭게 실실 웃고 살겠다 하네


2007. 6. 9

예전 동네에 살던 어떤 가련한 여인을 그리며.


출처 : 한비문학
글쓴이 : 麗尾박인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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