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진흙 연(蓮) 못

2018. 4. 5. 17:47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진흙 연()

 

                            麗尾박인태

 

붉은 연꽃이 눈에 들어왔다

연초록 잎은 향기로웠다

한발 비싼 운동화가 젖기 시작했다

운동화 한 켤레 쯤이야.

 

꽃이 점 점 다가온다.

윤기 나는 연잎을 사뿐 눌러 밟듯

발목이 진흙에 묻히며

양말이 벗겨졌다. 양말쯤이야.

 

꽃은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이제 연잎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두 다리가 진흙에 빠지며

바지가 벗겨졌다, 바지쯤이야.

 

꽃이 코앞에서 하늘거린다.

몸을 던져 한 송이를 덥석 꺾었다

환희의 순간, 꽃을 든 체 넘어졌다

얼굴이 진흙에 파묻혔다. 세수쯤이야.

 

한손에 꽃을 움켜쥐고

네발로 기어 나오니 연 밭은 엉망이다

진흙을 뒤집어쓰며 겨우 나왔는데

연꽃은 꽃이 아니다, 꽃쯤이야.

출처 : 팔도 문학
글쓴이 : 麗尾 박인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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