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 보리밭의 오해

2017. 2. 2. 14:07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청 보리밭의 오해

 

 

                                        麗尾박인태

 

아가

보리밭에는 문둥이가 숨어있단다.

학교 갈 때 여럿 모여서 댕겨야 하는구먼.

그랬다

어제 국민학교를 파하고 집에 올 때는

멀쩡하던 친구네 푸른 보리밭에

아침에 보니

두어 명 누울 정도로 보릿대가 뭉개져 있었다.

 

문둥이가 다녀 갔나봐

갑자기 마주치면 모래를 뿌리고 도망을 가라.

보리 문둥이는

어린처자 간을 좋아한다는구먼.

처자들아 청 보리밭 지날 때는 앞만 보고 뛰어라

보릿대 많이 꺾여 있으면 간 빼 먹힌 거구

보릿대 가지런히 누워있으면 숨어 지켜본 거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 보리밭의 오해

문둥이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젊은 처자 도망가던 모습은 간혹 보았지

억울한 문둥이가 다녀간 보리밭 저녁 하늘 위로

하얀 달은 날마다 통통하게 배가 불러갔다.

 

 

-한센병 환자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700201-

 

 

출처 : 팔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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