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4. 11:01ㆍ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철문Iron Doors 이 열리기까지
麗尾박인태
술이 깨고 나면 철문이 굳게 닫힌
출구 없는 콘크리트 방에 당신은 갇혀있다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이라 생각하겠지
덜 깬 술 때문에 느끼는 환각일거라
미친 듯 닫힌 문을 두드리다 지치면
원망의 시간이 찾아온다.
엊저녁 함께 술을 마신 친구가 야속하고
기도에 응답하지 않은 신을 저주할 것이다
나를 조롱하듯 깜박이는 전등도 싫다
처음엔 자신을 다 부셔버리자 절망하겠지
그러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은 알 수 없는 열쇠를 그대 손에 쥐어준다
무의미 한 듯 닫힌 캐비닛에 열쇠를 꽂아보라.
철근을 녹일 수 있는 산소 용접기와
벽을 뚫기 위한 정과 망치가 있을지 모른다.
이제 인생에서 혐오스럽게 여기던 쥐의 사체에서
꾸물거리며 나온 구더기가 나의 식량이 되고
생각 없이 쏟던 자신의 오줌이 음료가 되는 현실
살아남을 힘이 다 소진하기 전에 벽을 뚫으라.
너덜한 좁은 출구 너머에 무엇이 기다릴까
판도라상자가 이미 열렸다고 절망하지 말자
희망이 아직 근처를 머뭇거리고 있을지 누가 알랴
기력을 소진한 당신은 죽음의 관을 발견할 것이다
그래 관 속이 편할지도 모른다.
엉뚱하게 관 속에 비호감의 검은 여성이 누어있다면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 위로가 되겠는가?
아니다. 각기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方言)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지껄이며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부질없는 또 다른 벽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
힘들겠지 언어가 불통이면 서로는 몸짓으로 소통하며
여자는 정을 남자는 망치를 잡아야 한다.
꽝 꽝!
정과 망치가 만나는 순간 철문이 조금씩 움직였다
망치 소리가 멈추면 움직임도 멈추는
열리지 않는 철문의 비밀을 조금씩 까닭아갈 것이다.
인생은 세 번의 고통과 세 번의 기회가 있다
너를 잡아먹고 단 며칠을 더 살아야 할까?
아니다, 숱한 무덤을 파며 살아 온 지난 삶이 싫다.
지쳐 쓰러진 음습한 바닥 흙구덩이여
두 사람의 무덤으로 적당하겠구나.
눈앞에서 손짓하는 죽음의 부름에 응답하자.
아! 이렇게 편안한 것을
여자는 무덤 자리에 축 늘어진 그를 힘겹게 꺼내고
남자의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을 더듬게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선물
삶이 꺼지기 전 육체로 태우는 눈물의 슬픈 향연
그 사랑은 거짓이 없었을까?
불가항력 같던 철문을 스르르 열게 했다
오 찬란한 빛이여! 둘 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졌다.
세상에 빛이 없다 절망할 때 서로 사랑하라.
- 2016.12.01. 영화 “아이언 도어 (2010)Iron Doors” 보고 나서
독일 (감독) 스티븐 마누엘(주연) 엑셀 웨데킨드, 룬가노 니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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