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 / 고은
2014. 8. 8. 09:01ㆍ아름다운 세상(펌)/고운시
강설 / 고은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적(敵)도 동지(同志)도
함께 모이자.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껴안고 울자.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우리가 1950년대(年代)에 깨달은 것은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이다.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모든 죽은 사람들까지도 살아나서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울자.
우리는 분명 죄(罪)의 족속(族屬)이다.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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