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맛이 쓴 날

2014. 1. 7. 17:38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소주 맛이 쓴 날

 

                                 麗尾박인태

 

 

겨울비 내리는 초저녁

포차에서 혼자 마시는

소주 맛은 왜 쓸까?

첫 잔부터 목 넘기기 어렵더니

결국은 울대를 걷어차며

지 성질 못 참고 밖으로 개어 나온다.

인생은 쓸개즙 같은 거야

참고 잘 넘기면 득(得)이 되고

오늘처럼 잘못 넘기면 독(毒)이 되지.

우 욱!

기어 나올 거면 혼자 나오지

속없는 빈대떡은 왜 따라 나와!

퉤 퉤!

비 젖은 점퍼 앞섶에

주렁주렁 호박꽃이 피었다.

혼자 막소주 또 처먹으면

나는 분명 개다. 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