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야 /김광균

2009. 9. 27. 07:26아름다운 세상(펌)/고운시

설 야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의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