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7. 10:10ㆍ아름다운 세상(펌)/고운글(펌)
잘 늙는다는 것
김귀룡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2009년 08월 12일 (수) 충청타임즈webmaster@cctimes.kr
사람이 나이 먹어가는 과정을 보면 두 가지 방향이 있는 듯하다.
그 하나는 마음 씀이나 행동이 점차로 부드러워지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점점 더 완고하고 강퍅해지는 방향이다. 생물학적 나이가 들어가면 인간의 신체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드러워지는 사람은 약해 보이고 완고해지는 사람은 강해 보인다. 사람들은 고집 세고 강퍅한 노인보다는 선하고 부드러운 노인을 선호한다.
왜 그럴까.
부드러운 노인이 약하기 때문에 만만해서 좋아하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완고한 노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믿고 따르는 마음이 생기기보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노인들은 말도 많고 자기주장이 무척이나 강하며 한번 내세운 주장을 좀처럼 철회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부드럽게 변해 가는 사람들은 자기주장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 고집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다른 측면도 아울러 고려해 보라고 충고를 하는 편이다.
공자는 나이 60에 귀가 열려 천지의 뜻에 따르게(耳順) 되었다고 한다. 요즘에야 60이면 노인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예전에 60이면 환갑이니 노인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겠다. 귀가 열려 천지의 뜻에 따른다는 건 적어도 자기의 뜻을 내세우는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무릇 자기를 고집하고 내세우는 건 강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약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여 외부적으로 허장성세를 부리다 보니까 완고하고 강퍅해지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취할 걸 취하고 버릴 걸 버린 사람은 잡고 있을 만한 것은 별로 없고 버릴 것은 다 버려 이제 잃을 것이 없으니 지킬 필요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들 필요도 없으니 다른 사람의 말에 스스로 귀를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는 법이다. 공자의 이순(耳順)은 이런 뜻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어 고집이 세지는 사람은 자기의 뜻을 내세우려고 한다는 점에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아닐까 한다. 이에 비해 점차로 부드러워지는 사람은 나이를 제대로 먹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귀를 연다는 것이 나이를 제대로 먹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자기를 내세워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신의 귀를 열어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람은 덕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유능하지만 귀가 닫혀 있는 사람은 재주는 있지만 박(薄)한(才勝薄德)사람이다. 마음이 여유로워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은 후덕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사람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꼬여 외롭지 않은 법이다(德不孤 必有隣). 궁극적으로는 나이가 들어 부드럽게 변하는 사람이 강한 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많아진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외로운 노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스스로를 잘 보살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열 수 있는 여유로운 강자가 되어야 노년에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꼭 잘못 늙는 건 아니다. 노인들의 고집도 꼭 배척해야만 하는 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잘못 늙는 건 모든 주장에 계산과 이해관계가 담겨 있어서 이해타산이 판치는 세상을 만드는 인간들이다.
이런 인간들이 힘을 갖게 되면 세상은 이전투구의 장이 된다. 곧 자기도 망치고 세상도 망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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