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여정(한비문학 기고)

2008. 5. 17. 10:07나 그리고 가족/수필(자작)

 

제목 : 하늘을 보면 왜 눈물이 날까


 전라남도 진도(珍島)에서 30분에서 40분 거리에 조도(鳥島)라는 다도해가 있다. 오죽했으면 하늘을 날던 새떼가 바다에 앉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조도라고 했다하니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곳이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지도상에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위안을 삼아야할지....., 아무리 소년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나른한 일상이 기억될 뿐이다.



어제 같은 오늘

한낮의 뙤약볕

섬은 고요하다

송아지 찾는 어미 소는 음매

풀벌레 튀는 소리


바위 그늘에 누워

바라보는 파란 바다

잠길 듯 떠있는 조각 섬 사이

점점 멀어지는 여객선

따라가는 동심


느닷없이

바닷물에 풍덩

잠시 정적에 물을 뿌리고

새참 이고 가는 소녀를 본

깨벅쟁이 소년은

바다 밑으로 자맥질한다.

 

 『여름 섬 소년

 

  굳이 나의 문학적인 스승이 있었다면 섬과 파도와 바람 그리고 알 수 없는 의문과 의문의 상념들이 노래되어 불려지는 진도 아리랑타령 한가락과 가난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사는 것은 아주 빈한하고 척박한 환경 이였지만 어릴 적 고향의 기억은 결코 불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심이 후했고 동네일은 서로 돕는 품앗이가 있고, 명절이면 나눠먹던 음식과 흥겨운 농악과 강강술래가 동네 비교적 넓은 마당에서 신나게 돌아가던 기억, 그리고 동네 처녀 총각들이 모여 있는 시골 구석진 방에서는 남녀가 화답하는 진도아리랑 경연이 쩌렁 쩌렁 울러 퍼졌다.

  그다지 뛰어난 문인이나 학자는 기억되지 않지만, 항상 그윽한 문화가 이어져 내려온 문향(文鄕)이었다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다. 남해 바다의 수평선은 항상 둥글게 한 눈에 들어오고 그 섬은 조용한 바다를 껴안고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스승이 있었으랴.


 

아리아리롱 서리서리롱 아라리가 났네

아리롱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후렴)


(남자) 

가는 임 허리를 아드득 잡고, 하룻밤만 자고 가라고 사정을 하네


(여자)

오다가 가다가 만나는 님아, 손목이 끊어져도 못 놓겠다.


(다같이)

바람은 불수록 물결을 치고, 임은 볼수록 정이 든다

 

 

『진도아리랑(구전가사)



1. 가난했지만 불행하지 않았던 소년 시절

  아버님은 항상 자랑하시기를 너의 할아버지는 한학자였다고 믿기지 않는 말씀을 자주 하시곤 하였다.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 시렁 위에 창호지로 잘 붙인 기름먹인 낡은 상자를 자주 열어 보시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곳에는 할아버지의 아주 희미하게 색이바랜 증명사진이 붙여 있었다. 그리고 오래된 옛날 책이 가득 담겨있었던 기억과 언젠가 할머니께서 그 책들을 마당 한쪽에 다 모아놓고 불을 붙이던 모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공부에는 별 재미를 못 느꼈지만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종류를 불문하고 탐독했다. 낡은 책보자기 속에는 동화 동시 그리고 어린이 소설책 등이 항상 보물처럼 섞여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문예부에서 글도 지었지만 특별히 입상한 경험은 생각나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 중에 시를 지어 친구에게 하나 주었는데, 그 작품이 입상하여 속이 많이 상한 기억이 전부였지만, 지속적으로 독후감을 쓰고 나름대로 작품 활동을 했지만 수줍음이 많아서 대개는 서랍에서 잠을 자기 일쑤였다. 중학교 때에는 학교가 멀어서 책을 많이 못 읽었던 것 같다. 그 나이에는 대게 삼촌들이 읽는 연애소설을 몰래 훔쳐 탐닉하고 혼자 밤잠을 못 이루고 사랑이라는 의미를 밤새워 되뇌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이라면 분야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었지만, 그 시기에 많은 충격으로 읽었던 책 중에는 일본소설 삼포능자의 “ 양치는 언덕”이 아니었나 보다.

언제부터인지 해마다 되풀이되는 변함없는 따분한 생활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온통 머리가 가득할 시기였다.

도시에 대한 아름다운 유혹은 꼭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 같다고 그런 푸념으로 장래를 걱정하는 우울한 유. 소년을 보내었다 



대여섯 살 적

초라한 삼간 초가집에서

염병이라는 열병(熱病)에 걸렸다

(중략)

고열로 엉켜버린 머릿속은  

허깨비의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공포로 시달렸다

1+2+3. 


청년의 시기

현실인지 꿈인지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어느 틈에 난제(難題)에

붙들려 있다

이제는 장티푸스라고 했다

(중략)

다시 쓸데없는

고등수학의 미로를 헤맨다.

x + y +z.


이제 중년

세월의 수레바퀴 속

길들여진 육체의 시계는

여지없이 춘궁(春窮)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오늘이 음력 망종(芒種)

열병(熱病)은

(중략)

언제 끝나려나.

이 춘궁의 헛소리』

 

『열병(熱病)


 처녀작(處女作)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는 나중에 조금 수정하여 한비문학에 기고하여 등단시가 된다.

중년에 이르러 어느 날 인생을 잠시 돌아보던 중에 참으로 인생은 열병과 같구나. 그 병을 알고 있을 때는 삶과 죽음의 경계인거 같더니, 인생이 그렇게 쉽도록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삼세번이라는 말처럼 유사한 모습으로 다시 돌고 도는 쳇바퀴와 같음을 깨닫게 된다.  


2. 고향을 대한 끝없는 사유를 문학의 이름으로 

 아무도 관심을 기울려주지 않는 외로움만 가득한 외로운 남해 고도, 우리 조상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 많고 많은 사람 살만한 곳을 다 젖혀두고 이렇게 존재 없는 섬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이어온 의문은 유년을 거쳐 청년의 시기에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흔히들 진도는 예향으로 이곳의 주민은 대부분 높은 자리에서 벼슬아치로 정치적인 이유로 인하여 귀양을 와서 그들의 풍류를 섬에 전하고 문화를 전하여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이제까지 잘 보존하여 살아 온  것이다.

너덜너덜한 족보 책을 얻어다가 밤이 새도록 읽어보기도 하였으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 같다.

나중에 청년의 때에 터득한 결과 조상의 전래를 알기 위해서는 이미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묘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보고 섬 지역에 이주하신 이유와 그 시기를 어렴풋이 정리할 수 있었다.

밤이면 온 방안을 밝게 비추던 호롱불을 보면서 내 조상도 저 불을 밝히시고 사셨으리라…….



꺼질듯

가물거리는 작은 빛

서서히

온 방을 가득 채운다.


수줍은

영양실조로

핏기 없는 노오란 얼굴

새 각시 어깨 숨 몰아쉬듯


꿈처럼 

어언 옛날

고조부 장죽에 불 붙여 드리며

입김 닿을락 말락 엿든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 태어날

베갯머리 이야기


불은

꺼지지 않고

인생은 이어지는

비밀이라고

입술을 꼬옥 다문 채

이 밤

까맣게 애를 태운다.

 

『호롱불』  


3.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수 없다”지만

 구소련 작가 두진체프의 소설 중에  빵만으로는 살수 없다는 작품이 있다. 정말로 사람이 빵만으로 살수 없을까?

여기서 말하는 ‘…….살수 없다“의 의미는 빵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빵 말고 다른 자유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어떤 상위 개념의 물질적 정신적인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역설인 것을 안다.

 공부하기에는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바다와 바람과 가난이 있어 밤새워 독서와 사색하며 일생에서 가장 처절한 싸움의 결정으로 글을 쓰는 작업을 했던 것과, 그래도 내 곁에 포근한 사랑의 원천이신 어머님이 계심이 이후 내 글에서 내 생각에서 재산으로 남아 어려운 허기짐의 시간 속에서 힘의 원천이 되었다.


 

(생략)

......,

초파리 잔치하고 남긴 초병을 기울려

농익은 새콤한 막걸리 식초로

초무침을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남새밭에서 급히 돌아오신

울 어머니의 흙이 묻은 손으로

대충 무쳐내어

양념 묻은 왼 손가락 셋으로

내 입에 넣어주면 좋겠다

(생략)

.......,

 

고향(故鄕)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우리 섬에는 그때만 해도 초분(草墳)이 아주 많았다.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매장하지 않고 작은 초가에 가매장(초분)하여 약 3년을 그 곳에서 모시다가 나중에 정식으로 봉분을 만들어 장사하는 장례 제도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너무 험하여 20분 이상을 나룻배를 타고나서 십 오리 길을 산속 길을 헤매어야 본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

  낮에는 그래도 아무런 문제도 없으나,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옆에 새로이 만들어진 초분을 보면 소름이 오싹하고 두려움에 오줌을 자리게 하곤 했다. 어느 불쌍한 죽음……. 그리고 초분…….

나의 글은 고향에 대한 서러움과 그리움이 여기서 출발한다.

   


저기 복망에

홀로 누운 작은 초가(草家)


인적 없는

이 산중 심곡에 무슨 사연 있어

외로이 쑥대에 묻혀 있나


정든 임 닮은 내 새끼

세상 못 보여준 여인의 한

날 묻지 말아주오

어느 날 임 오시면  

내 낭군 보고지고

(이하생략)

 

『초분(草墳)

 

  어린 마음에도 인간은 태어나서 반드시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밤이면 악몽에 시달리고 과연 살아야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몰려왔다.

그래도 평생을 가져보지 못하고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무슨 진리처럼 떠벌린다면 그것은 아주 공허한 외침일 뿐, 운명이 나를 어떻게 인도하더라도 사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살자,  그리고 이 지긋 지긋한 가난의 멍에를 벗어보자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4. 자 이제부터는 잘 살아보자

 누가 묻습니다. 문학이 뭐라고 정의하시나요?

시라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일생에 영향을 끼친 시인은 어느 분이신이가요?  모르겠다.......,

어느 날 인생의 중년에 불현듯 글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현듯 일어났다. 천지신명의 도움이신지 다행하게도 한비문학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많은 위로와 축하를 받고 정말 시인이 되었나했더니, 2007년 12월에는 분에 넘치게도 추천시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제 시인이라는 칭호를 받고 보니 정말 이제부터는 시에 대하여 문학에 대하여 공부해야 되겠다는 강박감이 밀려온다.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문학에 대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끼적거리는 낙서 같은 터에 이제부터 정색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어쩌랴……,  죽 아니면 밥이 될테지.

그래 마음이 가는대로 써보자, 사랑하는 일도 나의 글 소재가 되어야 했다.

 


여자야!

도시는 너무 덥다

시원한 곳으로 가자


저수지 옆

밤꽃이 지천

채광을 멈춘 광구에서

시린 바람이 나오는 곳


여자야!

너는 신비하여

끝을 알 수 없는 미로

무지 시원한 바람이 일겠구나!


내 모습

한낮 불볕에

매달린 밤꽃 다발

진한 향기에 숨이 막힌다.

『밤꽃 피는 계절

 

 가끔 시간이 날 때면 하늘을 한번 올려 다 본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것일까? 끝없는 수수께끼처럼 평생을 멍에로 남아있는 나의 조상 나의 고향에 대해서도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짐승도 죽을 때가 되면 고향을 향하여 머리를 돌리고 죽는다고 하지 않나.

고향 여미리가 아호(我呼)가 되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노래로 쓰고 싶다.


내 국토 서남단 바다

하늘을 날던 새떼 내려앉아

옹기종기 조도(鳥島)가 되었네


상조도(上鳥島) 돈대봉

섬은 바다 위에 떠있는데

상상봉 정자는 해무(海霧)에 잠겼구나

(생략)

 

 

『해무(海霧)

 

 

  세상을 살다보면 좋고 나쁜 일이 주기적으로 왔다가고 갔다가 다시 오고하는 것이 이치라 하지만, 어디 사람의 욕심이 그것을 다 인정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적다. 2006년 12월 아버님을 저세상으로 보내드리고, 나도 뒤를 이어 저세상으로 돌아가야 될 차례가 된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면서 아직 비석을 못 세운 것에 대하여 자책을 하며, 울 아버지 비석에 무어라 새겨 드리나……, 과연 나 죽으면 내 자식이 아버지는 시인이셨다 하여 시비(詩碑)를 세워 줄 것인가? 시비(詩碑)까지는 가당치도 않지만 다만 조그마한 비석에 시인 아무개의 묘라고 적어 준다면 이보다 더 값진 여정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사랑하며 곱게 살아보자.


오월의 아카시아

솜사탕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이팔 소녀의 살결같다


풀먹인 옥양목 깃이 달린

세라복을 입은 소녀

파릇한 실핏줄이 선 손에 들린 햐얀풍선

하늘을 날다 푸른 오월의 산에 걸려

금단의 달콤한 향이 터져버렸다


건너 산

두견새 소리 초하를 재촉하는데

지워지지 않는 향기는 이 봄을 붙잡고

초록이 묻은 하얀 편지

차마 못쓴

사랑이라는 글 자리에

우정이라 써 본다

 

 

아카시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