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인의 직관과 관조 / 김경수

2008. 4. 23. 14:07살다보니 이런일이/시(詩)를 위하여

시인의 직관과 관조 / 김경수 문학의 향기

2005/04/2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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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설

시인의 직관과 관조 그 언술의 에스프리
-권숙이 시집「거울 속 낯선 여자」를 읽고

金 京 秀
(시인. 문학평론가)


Ⅰ. 프롤로그

인간의 영혼과 사랑 그리고 세월의 껴안음은 언제나 배우의 음성에 이끌린다고 한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고 찾아보아도 주인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인(詩人)은 그 음성을 언어로 이야기함으로써 어느 누구에게도 감동으로 친근감 있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는 자연스런 웃음과 위트와 애정과 건강을 유발하는 정신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주인공이 이번에 세 번째 시집 「거울 속 낯선 여자」란 시집을 상재하는 권숙이 시인(詩人)인데, 그 동안 만남을 통해 곰삭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음이 본인으로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권숙이 시인은 현재 강화도에서 자연과 섭생의 생활을 하면서 산과 들을 건강 삼아 다니며 필요한 약초와 열매들을 손수 채취하여 약술을 만들고, 또 그것을 많은 문인들에게 나누어주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정(情)많은 문인으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틈나는 대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컴퓨터. 도예. 그림 등을 배우며, 주관이 확실하고 부지런한 이미지와 의리파로 소문이 나있다. 내유외강(內柔外剛)의 강인함과 유연함에서 그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끼며, 그러한 풍경에서 로맨티까지도 가히 느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권숙이 시인은 <시와 시론(현재 문예운동)>을 통해 문단에 나와 중견작가로 활동을 하면서도 문인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아 그리 많은 문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고 하나 근래에 들어서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한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음을 잡지를 통해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첫 번째 시집인<바람의 노래>, 두 번째 시집인<내 머무는 곳에 네가 있지>와 이번에 세 번째 시집인 <거울 속 낯선 여자>에서 70여 편의 시를 발표하므로 명실공히 질적, 양적으로 어느 정도 그의 창작의 해갈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사랑이란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라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각인 시켜주고 있으며, 우리가 산다는 것에 사랑과 이별을 서로 외떨어진 서러움이나, 난간 없는 아파트베란다가 아니다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언술의 에스프리를 통해 클로즈업 시켜 주고 있다.


Ⅱ. 시인의 노을 껴안기

갈대가 바람을 부른다
바람이 갈대를 세운다
후미진 강가에서

어둠 속에서 흐느끼며
전율을 일으키는 푸른 불빛
깜박이는 불빛의 쓸쓸함이
강물 타고 흐른다

나의 강은
숨은 듯이 흐를 뿐
아무소리도 내지 않는다.
-<나의 강> 전문


<나의 강> 전문에서 보듯이 시인은 이렇게 후미진 강가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나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디쯤 머물고 있을까? 라는 철학적 물음보다는 현실적 자아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휴머니즘적 접근으로 “나”와의 화해(거리 좁히기)의 길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전율을 일으키는 푸른 불빛처럼 숨은 듯이 흐를 뿐 아무소리도(내면의 울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깜박이는 불빛의 쓸쓸함처럼 시인의 삶의 근원에 대한 노골적인 노을 껴안기 일 수도 있다 전율을 일으키는 푸른 불빛처럼 말이다.

권숙이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과 삶은 아름답고 소중한 어떤 것을 의미하기 위해 일부러 꾸미거나 그것을 거슬러 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내면에 꼭꼭 숨기며 드러내지 않음의 미학을 통해 자신을 껴안으며 가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읽을 수 가 있는 것이다.

내 살아온 발자국을 땅에 묻는다/하나씩 하나씩/땅에 묻는다
나를 울리는 서러움/나를 괴롭히는 미움도/-
진눈깨비 내리던/길목에서 만났던/당신의 기억도 묻는다
-<발자욱> 일부

그리고 타인의 상처까지도 자신의 가슴에 묻고 그 묻은 가슴에서 제비꽃으로 피어내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응의 자세에서 그의 인생의 한 단면을 관조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시인의 과거가 이미 당신이 어떤 존재였던 간에 현재 자아의 개념은 모두가 자신의 과거에 관해 무엇이었던가를 회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 가야만 하는 관점에서 자아를 탄생시키고, 또 통찰력을 통해 시인의 삶을 안으로 껴안고자하는 모두가 사랑하는 화두(話頭)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나는/창문을 열어 놓고/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다/누군가를
-<기다림> 4연

실개천에서부터
밤새껏 부대끼며 흘러온 강물이
물안개 피우며 호수로 모여든다

새벽을 바쁘게 여는
어부의 투망질 소리
파문 일으키며 사라진다


바람을 일으키는 그 소리
물보라에 잡히는 물고기
그러나
가을은 저물고
나 또한 저물고.
-<가을 호숫가에서> 3.4.5연

이 작품의 마지막 연을 살펴보면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와 “물보라에 잡히는 물고기”
그리고 “가을은 저물고”, 나 또한 저물고“의 심상은 추측하건대, 현상(phenomena) 에 나타나는 수행적 성과물로서 삶의 인지적인 심리조화와 나이가 들어가고 점차 삶을 정리해야 하는 연유에서의 위기의식을 어쩌면 당연하게 직관(直觀)의 눈으로 응시하는 대립구도의 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이다. 확신할 수 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통해 내면의 불안한 심리와 화해를 이루고자 하는 동행(同行)의 심리상태가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을 터이다.

거울 속에는
낯선 여자가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날은
괜찮은 여자가
어느 날은
수척한 여자로
누구를 미워하는 날에는
영락없는 심술쟁이로


거울에 물어 본다
그 속의 너는 누구냐고
또 하나의 얼굴은 빙긋이 웃으며
세월 따라 익어 가는 거라고.
-<자화상> 전문

문학 작품에서의 작가의 체험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선 독자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 작품의 내용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과 일치할 때 , 또는 그 생각이 작품과 함께 공감할 때 그 감동의 폭을 넓히게 되며, 직접 체험한 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보편적 체험의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 좀더 감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텍스트 <자화상>상은 이번 시집의 메타텍스트가 들어 있는 작품이다.
사람은 누구나가 하루에 몇 번 이상은 거울을 본다고 한다. 그때마다 거울 속에 비춰지는 화자(또는 시적 화자)의 모습은 보는 순간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지를 만드는 원동력이 상상력이라는 사실에서 확인되는 바이다. 그는 이중영상(double image)을 통해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은 분명한데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를 시적 화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미상불(未嘗不)이것은 체험을 통해 확대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어쩌면 그 이유를 그럴듯한(probability)(본듯한) 모습으로 나타내어 독자들에게 경험의 폭을 넓혀 주고 있는 듯 하다. 그 체험적 확대의미를 보면 2연에서 보듯이, 어느 날은/괜찮은 여자가/어느 날은/수척한 여자로/누구를 미워하는 날에는/영락없는 심술쟁이로. 나타나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과 보는 시간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미져리는 누가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상력의 변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권숙이 시인은 현실에 나타나는 모습의 현상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직관과 관조의 눈으로 그것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려는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자화상을 통해 시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자신의 내면으로의 시선을 돌려 거울이라는 이중적 사물을 통해 변해 가는 자아를 발견하려는 흔적과 노을 껴안기가 역력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시인의 사랑법 껴 안기기

권숙이 시인은 폐미니적(여성적) 빈자리(bank) 메우기에 자신만의 홀로 사랑법 껴 안기기로 욕망(desire)을 해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문득 그 사람 그리워질 때
찾아가는 곳
안개꽃이 산을 덮고
때로는 바람이 자는 그 간이역에서
그리움이 홀로 서성인다



세월만큼 나는 주름살이 날고
추억은 푸르러 날개 짓을 한다

서녘하늘은 뜨거운 피 토하고
산새는 날아가는데
내 가슴엔
텅 빈 바람만 일고 있구나.
-<그리움1> 전문

동이 트면
사라져 버리겠지만
하얀 밤 이야기를
서리꽃으로 엮어 놓고
너를 그리워하는 동안
사랑의 흔적은 내게
아득히 먼 거리를 배회케 하고
얼마를 더 괴로워해야
얼마나 더 갈망해야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리움2> 전문

시인의 위 인용작품에 나타난 사상이나 심상에는 그것을 무게로 누르고 억제케 하는 침묵의 소리로서 오히려 소리를 내는 그리움보다 더 멀리 더 깊이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까지 전달되는 여성 특유의 사랑법을 터득하고 있는 듯 싶다.

 

서녘하늘은 뜨거운 피 토하고/산새는 날아가는데/내 가슴엔/텅 빈 바람만 일?있구나. -<그리움1. 3연> 여기서 “텅 빈 바람”이란 아마도 권숙이 시인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융합(fusion)으로 나타나는 허무적인 거리일 것이다. 너를 그리워하는 동안/사랑의 흔적은 내게/아득히 먼 거리를 배회케 하고/얼마를 더 괴로워해야/얼마나 더 갈망해야/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그리움2. 일부>

그래야만 했을까
삶이란 무엇이며
인연이란 어떤 것인가
관객 앞에선
광대는 얼마나 외로울까

겨울 안개가
나의 뜰은 덮는데
네 생각에
가슴 저려 눈물이 고인다
이런 것이 사랑이었나.
-<겨울안개> 1.3연

짧은 사랑
긴-이별
가슴에 숨겨 둔 무덤 같은 내 사랑

그리움은
사랑이 아닌 것을 알고부터
언제나 비어 있는 나의 자리에
꽃씨를 뿌린다.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야> 3.4연

권시인은 아마도 “짧은 사랑 긴 이별” 내지는 “긴 사랑 짧은 이별”을 통해 사랑이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가슴적시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려는 외부의 그 무엇을 화자(시적 자아)속에 끌어들여 그녀만이 지배할 수 있는 껴 안기기를 통해 이중적 감정처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언어는 진부한 시어(詩語)들을 적당한(예기치)방식으로 재생시킴으로 낡은 언어와 충돌 새로운 시어의 감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발가벗은 나무 바람에 떨 듯/외로움으로 떨고/가슴 짓누르는 바위의 무게/
숨쉬기 힘들다/살점 저미는 고통/그 사람은 알까. -<만나야 하는데1> 일부

거침없이 진솔하게 써 내려간 이러한 권시인의 포에이지는 어찌 보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연정(戀情)까지도 “그런 세월이었나”라고 밖에는 다른 어떤 레토릭이나 메타퍼가 필요 없는 시작(詩作)일 터이다.


Ⅳ. 노을이 묻히는 뜰에서

산그늘이
퇴색한 단청으로
노을 되어 머문다

작은 박새들
물방울 같은 지저귐이
현성전 뜰에 내려앉는다

떨어진 밤꽃은
사납게 누워 있는데
유배지 같은 나의 고독
바람이 달래며 지나간다.
-<노을이 묻히는 뜰에서> 전문

삶의 시간성인 일상을 넘어 어찌 보면 무언가를 갈구하는 절절한 세월에 대한, 내지는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유배지 같은 고독의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거울 속 낯선 여자가 되어 한적한 현성전 뜰에 머물고 싶은, 아니 노을의 시간이 이대로 정지되어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상실감이 깊숙이 배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람 냄새 짙게 풍기는 작은 마을
나의 아버지 고향
달구지에 곡식 싣고
읍내 장에 가시던 내 아버지
그리워진다

가슴 쓸어 내리시며
긴 한숨 몰아쉬던 내 아버지
오월의 황금빛 보리가 익어 가던 날
서른 아홉에
꽃 같은 내 어머니 우리 삼 남매
어떻게 두고 떠나셨나

초 여름밤 달빛이
유난히도 밝았는데
소쩍새 울음소리 슬프다 하시더니
소쩍새 소리 따라 떠나셨다
아직도 멈추어진 아버지의 세월은
소쩍새 울음으로 내 가슴에 배어
달이 뜨면 더욱 애절 타구나.
-<그리운 아버지> 전문

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부 곡이나 사모곡을 써보지 않는 작가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 만큼 사람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부모님에 대한 특별한 연민의 감정이 되살아 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 수 없나보다. 권시인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삶 속의 한(恨)과 그리움의 아버지를 통해 그가 살아온 세월의 아픔을 껴안는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걸게다.

시인은 고향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시켜 세월의 아픔과 한(恨)을 풀어내고 있다
아직도/끝나지 안은 번뇌는/서리꽃으로 피어난다/엉겅퀴 꽃 사연으로.-<엉겅퀴> 3연
엉겅퀴의 사연을 통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시인의 번뇌는 차가운 서리꽃으로 그 정체성을

찾아 한 인간의 삶이라고 하는 변화 안에 화자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이 온통 내재해있어 작품군 전체의 동일한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보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성싶다.
인연의 끈은 끊어지지 않고/사나운 짐승으로/벌레처럼 어지럽게 한다
흔들리며 녹아 내리는 촛물에/나의 억장 빌어도/나의 소금산은/허물어지지 않는다.
-<신문리2> 3.4연
권숙이 시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상실감을 하나의 모티브로 삼아 살아있음과의 거리 좁히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끌림-반감의 이원론적 구조의 현실에서 겪는 고통과 파괴되어 가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역설로 나타내고 있다.


Ⅳ. 에필로그

그가 이번에 상재한 시편들을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대부분의 시편들이 갈등으로 단련된 성숙 미를 나타내고 있으며, 그 의미는 끊임없이 연기되고 완전하게 파악되지 않는 차연(differance)의 의미로 재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언어적 특성을 살펴보면 수사적 특성이나 함축적 특성을 강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그 주체의 중심화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쉽게 쓰인 듯 싶지만 결코 만만하게 사용된 언어로 보이지 않는 것은 누구 나가 공감 할 수 있는 직관의 언술울 통해 일상성과 사랑에 대한 자신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시작(詩作)에 있어서는 직관에만 너무 의존하면 대상의 본질을 벗어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비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울인다면, 그의 작품에서 암시(suggestion )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충분히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권숙이 시인의 뜻깊은 세 번째 시집 출간에 동참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하며 좋은 결과 있으리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출처 : 뇌졸중의재발방지
글쓴이 : 행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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