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지 않는다

2008. 3. 21. 14:12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지 않는다



                              麗尾 박인태


먹이가 다르다

뱁새는 곤충, 황새는 물고기


작은 키 덤불에 열대여섯 알을 낳고

황새는 나무꼭대기에 알 서너 개 겨우 낳는다


새끼 잘 기르고, 더러 뻐꾸기 새끼도 돌보는데

사냥솜씨 신통찮은 황새 신세는 멸종 직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누가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꾸몄는가


세상아, 웃기지 좀 마시라

황새가 앞에 가며 메뚜기 몰아주는 거야


숟가락 제 입에 처넣기 바쁜 세상이다마는

겉 고운 황새 말고 뱁새처럼 사는 것도 좋아


붉은머리오목눈이 그 별호도 곱네



2008. 3.21 13:55  

'나 그리고 가족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나리꽃  (0) 2008.03.27
짝사랑  (0) 2008.03.21
초혼(招魂)  (0) 2008.03.17
설빔(시) 진도문화3월호  (0) 2008.03.14
어느 노인의 임종  (0) 200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