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2008. 3. 17. 22:45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초혼(招魂)

 
                    麗尾 박인태

 

 


새벽 2시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음성은 잃어버렸지만 
당신이 나를 부르셨지요 


마시다 폐로 넘어가
숨이 끊어져도 물을 마시련다
어차피 가실 거면
원 없이 드렸어야 했나요


흔하디 흔한 물
참다 참다 목이 타서
에라, 눈 한번 감아볼까
그것이 진짜로 끝 이었나요


겉옷 벗겨들고
병원 옥상에 급히 올라
저고리를 흔들며, 간절히
소리쳐 초혼(招魂)했어야


전라도 진도 사는
박 아무개의 혼기(魂氣)시여
다시 오시라, 북향에 고했어야
복(復) 복(復) 복(復)


저승길 머뭇거리실 적  
헛 똑똑이 불효자식     
가까이 계신 님 부르지 못하고
고자(孤子) 넋 노아 울고 있었습니다

 

 

 

200803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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