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祭祀)

2007. 11. 26. 17:1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제사(祭祀)


                麗尾  박인태

울 아버지

살아 계실 적

자식 자랑이 낙이셨다

이리 저리 재어보아도

세상눈엔 검불 같을 텐데

그 양반 눈에만 자랑이셨나



하도 민망해

부러 슬리퍼에

찢어진 청바지 입고 고향 찾으니

거나하게 술 한 잔 드시고 와서

사람이 한지 잠을 자더라도

곤때 나게 차려입고 나면

우세질은 면한다고



그 말씀 가슴에 맺혀

아버지 자랑거리 되리

아니, 그냥 자랑 많이 하시라

마음 밭을 갈았더니만

내 맘 바뀌니

하늬바람에 겨울파도 같은 성깔도

오뉴월 바람 자듯 그렇게 떠나셨다



못난 자식

꼴 보기 싫다 미운말씀 더 하시지

살아만 계셨으면 때늦은 후회

조상님께 빌려온 세월

품앗이 다 하시고 가시었다

정녕 혼 불이라도 보이려나 했더니

제삿날 밤이 넘어가도

무심히 기척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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