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4. 17:54ㆍ나 그리고 가족/수필(자작)
그 추웠던 겨울밤
군대.. 더럽다고 소문이 자자한 개병대에 끌려가서 빠따를 조ㅅ나게 맞고 그냥 병신이 되었다던가...어쨌다던가...?
아랫말 코 찔찌리네 형이 군대가서 고향에 편지를 보냈는디.. 글쎄.... 어째야 쓰까...? 겉봉투는 간신히 옆에 전우한테.. 글씨체가 안좋아서 그런다고 함시로 대필로 쓰기는 썻는디 속 편지를 쓸줄 알아야제..... 워메 복장 터지고 환장하것 능그..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집 그림 하나 그리고... 그 위에 굴뚝을 그리고 날아가는 큰 새를 한 마리 그려 넣고 편지를 보냈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가 결론이 뭐냐? “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도 갈 새가 없다” 라는 뜻이 였다나
어쨌든... 그 밤은 그런데로 왁자지껄하고.... 어른들의 군대 이야기로 재미가 나던 겨울 밤이였지..
겨우살이 식량인 고구마가 썩어가던..... 슬픈 밤! 섯동굴 모가지와 목너머로 해서 씨아도 사이로 매섭게 불어오던 도지바람(태풍을 동반한 북풍)에 문풍지는 허일없이 울어대고 그 을씨년스러움이 소름을 돋게 하던 그 하얀밤에... 섯동굴과 벼락바 너머 눌옥도 근처 송곳섬 바다로 어둠이 벌겋게 빠지는 시간이면
아부지와 삼춘들이 모방(사랑방)에 모이거나 안방 윗묵에서 새나꾸(새끼) 여러 발을 꼬아 놓으신다. 보드랍게 골라둔 물을 적신 짚단에서 한두 가닥씩 뽑을때 마다 차가운 물방울이 여기 저기로 튀곤했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디... 아가 원능(빨리) 자거라... 채근하신다.
혹시 내가 자면 삼춘들끼리 맛있는거 묵을라고 그런거 아니여... 의심병이 도져온다.
안채로 건너와서.. 할머니 왼어깨를 베고 누웠다. 그리자 할어머니는 내 배를 쓸어내리며 나즉한 노래를 했다. 항상 듣던 노래.. 그 노래는 주문인 것도 같고.. 노래도 같아서 금새 소화가 더딘 더부룩한 배도 내려가고 밀린 잠 속으로 빠져든다.
자장 자장 우리애기/ 문턱밑에 검덩개야/ 울애기 밥 한술 뚝 떠묵고/ 우리애기 잠재주라/ 반침밑에 삽살개야/ 울애기 밥 한술 뚝 떠묵고/ 우리애기 잠재주라/ 마당 가운데 멍멍개야/ 울애기 밥 한술 뚝 떠묵고/ 우리애기 잠재주라/ 동네개도 짖지말고/ 꼭꼬닭도 우지마라/ 우리애기 잘도잔다/ 울애기는 꽃밭에다 뉘어주고/ 남의 애기 쇠똥밭에 뉘어논다"/ 자장 자장 우리애기/ (전남 진도군 조도면 자장가)
부엌 벽작에 붙어있는 초꼬지(호롱) 불을 후...욱하고 끄셨다.
간신히 잠을 잔거 같은디.. 뒤척이는 모양새를 보았는지
어렴풋히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가 아가 어째 그라냐! 나쁜 꿈이라도 꿨냐!" 아니랑께라... 꿈결에 유재(이웃) 누구하고 한바탕 쌈질을 했나보다.
성가신 소리에 잠을 깬 시간은 어느새 새벽 미명...
“어따... 솔찬히 바람이 팩팩 부러부네요....” 언제 갱번(바닷가)에 다녀오셨는지 아버지는 진줄(바다해초) 묻은 갯옷을 벗고계신다.
아...! 오늘 아침에도 맛잇는 오징애국 묵것구나. 살짝 디쳐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것제... 오징어... 쇠솥에 살짝 데쳐낸 오돌 오돌한 그 느낌 지천으로 넘치던 그 풍요의 바다. 나이 들어 너무 그립습니다
고향 이야기 입니다(사투리 많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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