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닫이]란 말은 왜 버림을 받았을까?(펌)

2018. 10. 23. 14:47고향 그리움/고향자료(글)모음

   

살려 쓰고 싶은 말, 버리고 싶은 말

[빼닫이]란 말은 왜 버림을 받았을까?

60년대 중반부터 우리는 표준말 보급에 무척이나 신경을 써왔다. 특히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나 같은 경우에는 매일 5개씩의 비 표준말인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를 표준말로 고쳐 쓰도록 칠판에 기록도 하고 가르쳐 왔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거의 표준말로 통일이 되어 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언어 생활을 한 층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좀더 긴 안목과 큰 의미에서 우리 국어 생활을 본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해온 것이다. 왜냐하면 각 지방의 사투리(방언)에는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닌 옛말이나 오히려 순수한 우리말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말들의 원형조차 찾을 길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지방의 방언은 몇 백년 혹은 몇 십 년 전의 말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옛말의 보물단지라고 하면서도 이제는 그런 말들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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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쪽 바닷가의 남도 마을에서 흔히 쓰이는 말 중에서 [빼닫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말에서 쓰이는 [밤낮][나들이][여닫이] 등의 말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빼고 닫을 수 있는] 이 기구의 이름이 [빼닫이]라면 조금도 이상스러울 게 없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말 사전에는 [빼닫이]란 말은 찾아 볼 길이 없다. 다만 [한글학회의 새한글사전]에만 겨우 <[빼닫이]=서랍>이라고 적었을 뿐, 한자말에서 온 [설합(舌盒)]이 변해서 된 말인 [서랍]이 있을 뿐이다.

나는 남쪽 바닷가의 어느 마을에서나 들을 수 있는 [빼닫이]란 말을 살려서 다시 쓰기를 주장하고 싶다. 얼마나 정겨운 우리말인가 ? [빼고, 닫을 수 있게 만든 가구의 부속]이니까 [빼닫이]라는 말이 왜 순수한 우리말의 자리를 서랍에게 내어 주어야 한단 말인가?

바로 이렇게 해서 순수한 우리말들은 사라지고 한자말들만 남아 있게 되고, 이걸 보고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말이므로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