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2008. 10. 18. 21:46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열 손가락

 

 

                   麗尾박인태

 

한 부모로 부터
제각기 다른 모양과 특징으로
태어난 형제의 모습은 손가락 같습니다. 
울 어머니는 백번도 더 같은 이야기를 
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게 없단다.

 

손가락도
나름대로 불평 하는 것 아세요?
엄지가 제일이라 자랑하는 것은
살며시 주먹 쥘 때의 신비 때문입니다. 
편 손가락은 길이가 제각각이더니
주먹을 거머쥐니 모두 똑 같아집니다.

 

비로소 백 배의 힘을 만든답니다.

만약 손가락 길이가 다 같았으면
아무 일을 못하는 손이 되었을 겁니다.
엄지, 검지, 중지, 무명지
약지는 막내라서 가끔 불평을 하지만
정작 넷째 손가락은 아직 무명이라 합니다.

 

울 어머니
너무 급하면 무명지만 깨무십니다. 
귀한 열 손가락 다 깨물 까닭이 없지요.
손바닥을 가만히 오므려 보세요!
동그란 모양의 그릇이 됩니다
그 신비한 바가지에
서로 사랑을 가득 채우라 하십니다.

 

20081018

 

열손가락(시낭송).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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